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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중인데 가동률 85%… 공장 자동화의 힘에 눌린 노조김덕한 기자 duck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안희환2 2011. 7. 24. 00:55

파업 중인데 가동률 85%… 공장 자동화의 힘에 눌린 노조

입력 : 2011.07.23 03:04 / 수정 : 2011.07.23 09:42

지난 5월 車업계 마비시켰던 피스톤 링 제작 유성기업
자동차 부품산업 자동화돼 대체 인력, 3~4시간 교육 후 바로 생산라인 투입 가능
노동계, 파업 동력 저하 우려

올해 5월 피스톤 링 생산을 중단, 한국 자동차업계를 한때 마비시켰던 유성기업 파업사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유성기업 공장은 별 차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가동률이 85%까지 올라가 주력 생산품인 '피스톤 링'의 공급도 원활하다. 숙달된 노조원들이 빠진 자리는 관리직 사원들이 메웠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산업이 자동화돼 4시간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경험 없는 사람도 바로 생산라인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장 자동화의 '힘'이 파업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출처=연합뉴스
파업이 유성기업을 마비시킨 시기는 노조원들이 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지난 5월 18일부터 24일까지이다. 24일 경찰 투입으로 노조원들이 공장에서 쫓겨난 후에는 사측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유성기업은 공권력이 투입된 후 관리직 직원 등 120여명이 나서 생산을 재개했고, 곧바로 40~50%의 가동률을 보였다.

생산 재개 1주일쯤 후부터 민주노총에 회의적인 조합원 50여명이 생산라인에 복귀하자 가동률은 80%까지 올라갔다. 지금은 절반 이상의 노조원이 복귀해 관리직 직원을 상당수 사무실로 돌려보내고도 가동률이 85%다.

파업 동력이 약해진 유성기업 노조는 지난 6월 14일 '생산현장 일괄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사측은 '개별 복귀하라'며 거부했다. 한 노동 전문가는 "노조의 '모양을 갖춘 항복' 의사를 사측이 '무조건 항복'하라며 거부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측이 그만큼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성기업에는 지난 21일 온건 성향의 두 번째 노조가 생겼다. 전체 노조원의 30% 정도를 확보한 신설 노조는 "기존 노조가 외부 세력에 조종되며 정치 투쟁만 일관하고 조합원들에게 철저히 희생만을 강요하는 데 더 이상 휘둘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장 자동화의 영향으로 파업이 무력화됐던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시동모터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경북 경주시의 발레오전장 노조가 지난해 2월 파업을 벌이자 사측은 직장폐쇄를 선언하고 일용직 직원 100여명을 뽑아 딱 4시간 교육을 시킨 후 공장에 투입했다.

당시 발레오전장 파업은 절차상 불법이어서 '외부 대체 인력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근로자들이 파업을 계속할 경우 실직 위기에 처하게 될 뻔했던 이 사건은 노동계에 충격이었다. 이후 발레오전장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탈퇴했다.

노동계는 발레오전장에 이어 유성기업 사례가 파업 동력을 떨어뜨리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파업해도 공장은 돌아가고 파업 날짜만큼 임금만 못 받게 되면 노조원은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숙련 인력의 투입에 대해 노동계는 "품질도 떨어지고 불량률이 높아지는 데다가 무엇보다 안전에 큰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