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이 살에 박힌 후/ 안희환

제가 섬기고 있는 예수비전교회의 강대상은 크리스털 강대상입니다. 성도 두 분이 마련해주셨는데 크기가 크지도 않고 깔끔해서 낡은 강단과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그런 강대상입니다. 그래도 생전 처음 사용해본 예쁜 강대상이요 계속 사용해오고 있는 강대상인지라 어느 정도 정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설교를 하기도 하고, 성경을 가르치기도 하고, 회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성도님들도 헌신예배 등의 사회를 맡거나, 대표기도를 하거나 할 때 그 강대상을 사용합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강대상에 관련된 이야기이며 그로 인해 제가 깨닫게 된 그런 이야기입니다.
금요일 저녁 9시에 시작하는 금요기도회 시간이었습니다. 설교를 한창 하고 있는데 회중석 뒤쪽에서 졸고 있는 분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피곤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까운 시간에 자다가면 안 될 것 같아 강대상을 쿵 하고 쳤습니다. 말로 지적하면 창피하기도 하고 맘이 상할 수도 있지만 그처럼 강대상으로 소리를 한번 내면 별 부작용 없이 주의를 집중할 수 있기에 가끔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손바닥이 아팠습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크리스털 강대상이 깨져서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 우리 조각이 손에 박힌 것입니다. 며칠 전 강대상 뒤편에 있던 나무 십자가가 엉성하게 걸려 있다가 떨어졌었는데 그때 크리스털 강대상의 윗부분이 깨졌던 것 같습니다. 설교 중간에 손바닥을 쳐다볼 수도 없었던 저는 아픔을 참아가며 설교를 계속 했습니다.
설교를 마치고 기도시간을 가졌는데 저는 보통의 금요기도회 때처럼 기도하는 성도님들을 위해 안수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손바닥이 더 아팠던 것입니다. 한 열 명쯤 기도를 해주었는데 중간에 그만두면 다른 분들이 서운해 할 것 같아 아픔을 참아가며 마지막 한 사람까지 안수기도를 했습니다.
모든 일정을 다 마치고 새벽 한 시까지 개인기도 시간을 가진 후 집으로 돌아가서 보니 손바닥에 아주 작은 자국이 보입니다. 유리 파편이 박혀 있었던 자리인 듯합니다. 그 작은 유리는 오고가는 중에 어디론가 빠져나갔는지 더 이상 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이 조그만 자국에 박혀있던 작은 유리조각이 몇 시간 동안 저를 힘들게 했던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감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통점 압점 냉점 온점이 있어서 아픔도 느끼고, 누르는 압력도 느끼고, 차거나 더운 것도 느끼는 것입니다. 만약 신경이 마비된다면 외부에서 이물질이 우리 살 속을 파고 들어와도 아픔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 심각한 일입니다. 신경이 병들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영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깨끗하고 순결해야할 영혼에 죄가 들어갔을 때 그것으로 인해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영이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죄가 삶 속에 들어왔는데도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영이 죽어있거나 영적 신경이 마비된 상태, 즉 그 영이 병든 상태라고 진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강하게 요구하셨습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신약에 와서 예수님은 “눈이 범죄 하거든 그 눈을 빼버리고 손이 범좌하면 그 손을 찍어버리라”고 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한다면 아마 눈 없는 사람들과 손 없는 사람들로 가득할 것입니다만 그 말씀은 그만큼 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함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어떤 목사님들이나 성도님들을 보면 정직하지 못하고, 음란하며, 탐심을 가지고 있고, 세상적인 인기와 명예를 추구하는 죄악이 그 삶속에 들어가 있는데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 저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한국교회와 목사님들, 성도님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룩성의 회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유리 조각이 살 속에 파고 든 것 때문에 아픔을 느끼고 그것이 빠져나가야 비로소 편안해지듯이 교회 공동체와 그 구성원인 우리들 속에 작은 죄라도 들어오면 그것 때문에 아파하며 그 죄를 해결하고 나서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영적 건강함이 필요한 것입니다.
신경이 마비되고 살이 썩고 뼈까지 부패해버리면 못이 박혀도 아프지 않을 것입니다. 아파야 정산인데 아프지 않다면 그것은 절망입니다. 다행인 것은 파고 들어온 죄 때문에 아파하며 몸부림치는 이들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 소망이 있음을 느낍니다. 하나님 앞에서 거룩한 교회와 성도들로 설 수 있다면 하나님은 이 땅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그 날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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