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권력이야기

아내와 아들들을 처형하다니...

안희환2 2005. 10. 30. 19:28

권력을 신으로 섬긴 사람들 (1) 아내와 아들들을 처형한 헤롯 / 안희환 

 

                                  (헤롯 성전 복원도)

 

권력은 아편보다도 중독성이 강한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증명해준다. 즉 권력에 눈이 먼 사람이 얼마나 그 권력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고 포악해질 수 있는지를 역사가 보여주는 것이다. 권력 중독이 아편보다 더 고약한 것은 그 파괴력의 범위가 무척 넓기 때문이다.


권력에 중독된 사람으로 헤롯(Herodes, BC 73 ?~BC 4)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두메 출신으로 안티파터의 아들이다. 하스몬가의 안티고누스가 파르티아의 도움으로 유대왕이 되어 통치하고 있을 때 헤롯은 로마를 힘입어 유대왕의 칭호를 얻어내고 안티고누스를 제거한다. 그 후로는 확고부동한 유대 왕이 되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권력에 대한 헤롯의 강렬한 욕구는 그가 로마의 배경을 엎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헤롯은 원래 옥타비아누스와 대결중인 안토니우스를 추종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안토니우스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진 후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하자 헤롯은 얼른 옥타비아누스를 찾아가 충성을 맹세한다. 자칫 옥타비아누스를 찾아갔다가 숙청을 당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모험을 감행한 헤롯은 결국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의 신임을 얻어낸다.


사실 헤롯은 정치적인 면에서 수완이 있는 인물이었다. 성곽, 항구, 극장 등 거대한 건축물들을 세웠고 유다를 상당히 발전시켰다. 또한 이두메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고자 유대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웅장한 성전건축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수고와 공로도 유대인들의 마음을 헤롯에게로 돌리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유대인들은 헤롯에 이두메 출신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헤롯이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튼 헤롯은 상당히 잔인한 인물이었는데 하스몬 왕가의 후예이며 백성들로부터 많은 동정을 받고 있는 자신의 아내 마리안느를 처형시킨다. 또한 자신보다 많은 인기와 사랑을 누리고 있는 두 아들을 처형시켜버린다. 이런 헤롯이기에 페르시아의 점성가들이 예수의 탄생을 인해 예루살렘을 찾아와 유대인의 왕이 어디에 태어났느냐고 물었을 때 베들레헴에 군인들을 보내 영아들을 학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권력에 대한 집착은 죽기 직전까지도 보여지는데 그는 평소 자기에게 비협조적이었던 바리새인들을 제거하려고 작정한다. 바리새인들은 사두개인들과 더불어 유대의 종교자도자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사람들인데 이두메 출신인 헤롯을 경멸하던 그룹이다. 헤롯은 자신의 죽음과 더불어 바리새인들을 학살할 것을 자신의 부하에게 명하는데 그 명령은 헤롯의 죽음과 함께 땅에 묻히고 만다.


사실 나는 권력의 자리에 올라가 본 적이 없기에 권력의 맛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권력에 맛을 들이면 벗어나질 못한다고 하니 그러려니 생각할 뿐이다. 내가 가져본 권력이라고 해봐야 가정에서 가진 가장으로의 권한이나 내가 속한 모임에서 리더로서 가진 권한 정도일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권력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맛이 중독성이 있으며 그 파괴력이 아편을 넘어설 수 있다는 확신은 여러 역사적인 내용들을 통해 갖게 된 사고이다. 그 첫 번째 다룬 헤롯의 예에서도 그러한 점이 잘 보여지고 있지 않은가? 정상적인 사고로는 아내를 죽인다는 것도, 아들들을 처형한다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중독된 환자의 입장에서는 제 정신이 아니니 그 어떤 잔혹한 행위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앞으로 다루게 될 역사의 인물들 속에서도 그와 같은 현상을 반복적으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