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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걸고 수혈받으란 말인가? / 안희환

안희환2 2005. 9. 10. 16:39

에이즈와 말라리아 혈액을 수혈받다니/ 안희환


                    


얼마 전 내가 알고 있는 여자 청년의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다. 그때 헌혈증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 후배 중 한 명이 수십장의 헌혈증을 내놓았다. 그 어떤 조건이나 대가를 내세우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 헌혈증은 수술받은 분에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다. 돈으로 사려면 엄청난 액수라는 말도 함께. 그 사건은 헌혈을 하는 것이 참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깊이하게 만들었다.


사실 나 역시 헌혈에 관심이 많이 있다. 그런데 몇 년전의 한 사건을 계기로 헌혈하고자 하는 마음을 깨끗하게 접어버렸다. 피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왔던 나는 헌혈 차량에 용감하게 들어갔었다. 팔이 주사 바늘을 뽑은 후 내 소중한 피가 조금씩 빠져나갔다. 헌혈을 마치고 일어서는데 현기증이 생겼다. 간호사인지 하는 분은 깜짝 놀라 나를 눕혔는데 내 얼굴이 하얘졌다고 한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다가 겨우 나왔다.


그 후로는 헌혈을 하고픈 마음이 있음에도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다. 내 아내 역시 펄쩍 뛰며 말리는 상황이고...한번 헌혈을 한 후에는 두 번 수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까봐 걱정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큰 수술을 하는 등 여러모로 피가 모자란 사람들에게 있어 헌혈을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런데 이처럼 생명을 살리기도 하는 중요한 작업인 수혈과정에서 끔찍스런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에이즈라는 무서운 병에 감염된 사람의 피가 다른 이에게 수혈된 것이 밝혀진 것이다. 결국 수혈을 받은 사람은 살기 위해서 수혈을 했다가 죽음의 마차를 타고 만 것이다. 처음 헌혈을 할 때 그 피를 충분히 검사해보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더해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의 피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수혈된 사실이 드러났다. 치료 후 3년간 헌혈이 금지돼 있는 말라리아 감염자 38명이 헌혈했는데 그 중에서 22유니트(1유니트는 1명 분)가 수혈용으로 공급된 것이다. 전염병인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의 피가 수혈되었으니 2차 전염에 대해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고.


보건복지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충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잘못된 피를 수혈받은 사람의 경우에는 적절한 사후 대책 및 보상을 해주어야 할 것이고. 사람의 생명에 직접 연관된 일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헌혈, 보관, 수혈의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절실한 것 같다. 인생을 걸고 수혈을 해야만 하는 비장한 수술이란 참으로 끔찍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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