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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 7만명이나 몰린 아베베 비킬라

안희환2 2016. 12. 24. 17:41

장례식에 7만명이나 몰린 아베베 비킬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마라토너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 1932-1973)는 ‘맨발의 왕자’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입니다.

그는 28세 때인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는 원래 로마 올림픽에 참여할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왕의 근위대에서 근무하고 있던 현역 군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에 나갈 대표선수가 취미활동으로 하던 축구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자, 급하게 대신해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일본의 아디다스에서 모든 에티오피아 선수들에게 운동화를 협찬해 주었지만, 갑자기 출전하게 된 아베베에게 맞는 운동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펴소 연습한 것처럼 맨발로 뛰게 되었고,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당시까지 올림픽 마라톤에서 아프리카 흑인선수가 메달을 딴 적은 없었습니다.  로마올림픽에서도 마라톤 출발선에 선 69명의 선수 가운데 아프리카의 무명 흑인선수인 아베베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2시간 15분 16초라는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프리카 흑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마라톤에서 메달을 따낸 것입니다.

그리고 4년 후인 1964년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그는 또 한 번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해 마라톤 2연패를 달성합니다.  당시 일본은 아베베가 또 다시 올림픽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고, 에티오피아의 국가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당시까지 어느 누구도 마라톤에서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한 사람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32세의 아베베가 우승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베베는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됩니다.

아베베가 시상대에 올라서자 에티오피아 국가가 울려 퍼져야 하는데, 에티오피아 국가를 준비하지 못한 탓에 일본가요가 울려 퍼지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도쿄올림픽에 참가하기 불과 6주 전에 그는 맹장수술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올림픽 3년패에 도전을 했습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 아베베는 36세의 나이로 출전을 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경기 도중에 다리에 부상을 입게 되어 기권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 아베베는 황제가 선물해 준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고,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게 됩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뛸 수도 없을뿐더러, 걸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맨발의 왕자 아베베’는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4년 뒤인 노르웨이에서 열린 장애인 올림픽에 아베베가 휠체어를 탄 채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탁구와 양궁 선수로 말입니다.  그리고 양궁에서 그는 또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의 나이는 40세였습니다. 
비록 그 다음해에 또다시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았던 아베베의 도전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아베베가 그렇게 절망의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갖고 있던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두 다리를 읽고 휠체어에 탄 채 장애인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지만 잃은 두 다리를 생각하기 보다는 아직도 쓸 수 있는 두 팔을 봄으로써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믿음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올림픽 마라톤에서 두 번 다 세계신기록으로 2연패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올림픽에서까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그가 4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장례식에는 무려 7만 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아베베 비킬라’라고 지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