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모음

울고 또 울어도 이젠 늦었네.

안희환2 2016. 5. 21. 17:48

울고 또 울어도 이젠 늦었네.



이민석이라는 분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던 대표적인 사람입니다. 그는 어려서 늙은 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그 어머니는 너무 가난하여 매일같이 나물을 캐서 밤이면 그 나물을 다듬어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어머니 옷에는 나물 냄새만 풍겼습니다. 낮에는 공사판에 나가 일을 했습니다.

어느 날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그 어머니의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도 가지 않고 탈선했습니다. 하루는 도시락을 들고 어머니는 학교에 오셨습니다. 아이들은 그 절뚝거리는 어머니를 보고 병신 어머니라고 놀려댔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안겼습니다. 아이은 어머니를 더 무시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아이는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찾았지만 어머니에 대해서는 여전히 싫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20여년이 흘렀습니다. 아이는 성장해서 명문 대학의 의과대학에 진학해서 마침내 암 전문의가 되었습니다. 부잣집 딸과 결혼하였습니다. 돈 많은 장모가 병원을 차려 주었습니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집 현관 앞에서 가정부와 어느 시골 늙은 할머니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보니까 그 노인은 지금까지 잊고 살았던 어머니였습니다. 이 집이 내 아들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 우겼지만 가정부는 한사코 이 집에는 그런 아들이 살지 않는다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들은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시골의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매달 돈을 보내 주었는데 무엇이 아쉬운지 집까지 찾아왔습니다.

마침내 그 할머니는 말없이 발걸음을 돌려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마음이 불편했던 아들은 시골의 장터 어머니의 나물 파는 장소로 가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예전과 같이 나물을 팔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들이 유명한 의사라면서 왜 서울로 가지 않습니까.” 그러자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아들 내외가 서울 집에 와서 살자고 애걸하는데 내가 가지 않는 거야, 나는 여기가 좋아.” 그 소리를 듣고 아들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얼마 후 시골의 초등학교 옛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그에게 의미심장한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자네 어머니는 암으로 돌아가셨네, 이것은 자네에게 전해 달라고 어머니가 주신 것이네.”

담임선생님은 이 제자 앞에 뭉치 한 다발을 내 놓았습니다. 그것은 돈다발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장차 아들이 성장해서 사업을 하면 자본으로 주려고 한푼 두푼 모은 돈이라고 합니다. 병이 들었지만 그 돈을 모으느라 한 푼이 아까워 병원에도 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아들이 듣지 못했던 깜짝 놀랄 비밀의 말도 해 주었습니다.

“자네가 태어나서 아주 어렸을 때 자네 어머니는 처녀였는데 자네를 양육할 수가 없어서 자네를 키워준 노부부 집 문 앞에 놓고 갔다네, 그때부터 그 노부부가 자네를 키워온 거야, 그런데 공사판 철근 더미 아래서 놀고 있던 자네에게 철근 더미가 무너져 내리자 자네 어머니가 달려들어 자네를 구하고 자네 어머니는 그때 다리를 다쳐 불구자가 되었네, 그리고 자네 아버지는 자네 어머니를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철근 더미에 깔려 그때 돌아가셨다네.”

그 소리를 듣고 이 아들이 비로소 깊은 잠으로부터 잠이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까마득히 모르고 있던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아들은 암전문가인 자신이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한 번도 손을 써 보지도 못한 것에 자책하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그렇게 인생은 기회가 다 지나간 다음에 비로소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는 존재입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