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님의 감동도 당회 통과를 못한다?/ 안희환목사(기독교싱크탱크)
교회 안에는 다양한 회의가 있다. 당회가 있고 기관장회의가 있으며 직원회의가 있고 사무총회가 있다. 내 경우 회의와 관련하여 두 가지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충분히 회의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회의 없이 결정하고 선포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둘로 구분해서 목회하는 것이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하다.
이번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우재광장로님이 당회 시간에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어린이들과 학생들도 함께 예배를 드리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아이들 입장에 맞추지 않고 평소에 하던 대로 설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집중해서 말씀 듣는 것을 보고 감사했다.
기관장 회의를 할 경우 좋은 안건들이 많이 나온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제안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각 기관들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교회 공동체 전체에 유익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회의가 참 유용하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회의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있다.
이렇게 회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활용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회의를 통해 일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감동을 주시거나 말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에는 그런 부분을 성도들에게 나눈 후 언제부터 시작하겠다고 선포한다. 회의를 통해 해야 할 지 말아야할 지를 결정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금요 기도회 설교와 안수 기도를 마치고 강대상 의자에 앉아 기도하는데 철야기도에 대한 감동이 강하게 밀려왔다. 금요기도회가 9시에 시작되어 11시에 끝나고 그 후 자유롭게 기도하다 돌아가는데 그런 식의 심야기도회가 아닌 밤을 새워 기도하는 철야기도회를 드리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가 자신이 기도 중에 받은 감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말씀 즉 자손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게 해주시겠다는 말씀을 주셨고 별들까지 환상으로 보여주셨다는 것이다. 같은 시각에 각기 다른 부분이지만 하나님께서 감동을 주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내가 철야기도를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내 체력이 따라갈까 하고 아내에게 물으니 아내가 하는 말이 하나님이 아무려면 체력이 딸려 죽게 하시려고 철야기도를 시키시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 내년도에서 천천히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도 중에 창22장의 말씀이 생각났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바치라고 하셨을 때 아브라함이 즉시로 순종하였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즉시로 순종하길 원하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설교 중에 그런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이번 주간에 있을 부흥회를 마친 후 다음 주 금요일부터 철야기도회를 시작하겠다고 선포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감동에 따라 결단하고 선포한 후 진행하는 일에 대해서는 장로님들이나 직원들 중 어느 누구도 왜 미리 상의하고 결정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안디옥 교회가 왕성하게 부흥하고 있을 때 성령님께서는 바울과 바나바를 선교사로 내보내라고 말씀하셨다. 담임목회자 둘을 한 번에 내보내시라는 것이다. 이때 안디옥교회는 회의하지 않았다. 회의를 통해 교회의 안정을 위해 한 사람이 먼저 가고 나머지 한 사람은 다른 사역자가 부임한 후 선교지로 나가라고 결정하지도 않았다. 성령님이 말씀하시고 감동하셨다면 그냥 순종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요즘에 간혹 듣게 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성령님이 감동하셔도 당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회의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교회는 본질적으로 성령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공동체이다. 하나님께서 감동하시는 것이라면 사람들의 생각, 경험, 주장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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