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못된 목사다/ 안희환
목회를 하면서 가끔 답답해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말씀을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고 여전히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교인들의 모습을 볼 때가 그렇다. 대체 무엇을 더 해야,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은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탄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똑바로 가르쳤는데 교인이 따라오지 못한다며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종종 하나님께서는 그런 나의 어리석음과 교만을 교인들을 통해 깨뜨리신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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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경 집사님은 연세가 많으신데 혼자 살고 계신다. 다리가 불편하셔서 걷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늘 산책을 하시면서 자기 관리를 하시는 분이다. 얼마나 하나님 앞에서의 예배를 사모하시는지 새벽에도 목욕을 다 하시고 교회에 오셔서 새벽예배를 드리신다.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로 목회자와 성도들을 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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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유인경 집사님이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다리 때문에 치료를 받기 위해서이다. 병원에 심방을 갔고 간절히 기도해드렸다. 그리고 몇 주가 지났다. 다시 병원 심방을 가려고 하니 퇴원을 하셨다고 한다. 이번 주에 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다렸는데 주일에 예배드리러 나오지 않으셨다. 다음 주에도 안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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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심방을 가보자고 해서 아내와 함께 선물로 들어온 전을 싸가지고 유인경 집사님댁에 심방을 갔다. 이전 보다 더 약해진 유집사님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우는 것을 보이면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꾹꾹 눌러 참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유집사님은 자신의 신세 타령이 아니라 내 걱정을 하셨다. “한 팔이 없는 것도 억울한데 몸이 그렇게 아프니 어떻게 해요.” 내게 생긴 큼직한 뇌종양 걱정을 하시는 것이다.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겨우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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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유인경 집사님은 너무너무 하나님 말씀이 듣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예배 시간이 되면 문을 열고 교회 쪽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셨다. 이제 눈물이 핑 도는 정도가 아니었다. 팽팽하게 늘어진 고무줄이 끊어지듯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대체가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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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러고 있을 수는 없기에 감정을 수습하고 기도를 해드리는데 이제는 아예 엉엉 울고 말았다. 그때 내 입에서는 회개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하나님. 용서해 주십시오. 사랑이 메마르고 성도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는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면서 울고 또 울었다. 아내도 계속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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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이동하면서도 나와 아내는 울컥 하는 마음를 추스를 수가 없었다. 아내에게 말했다. “수술 마치고 다시 목회에 복귀하게 되면 교인들을 더 사랑할 거야. 더 마음 써서 보살필 거야.”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아내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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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한 채 교인들에게 책임 전가하고 자신의 불충과 사랑 없음을 정당화하는 악하고 못된 나를 깨우쳐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사실 교인들 중에는 목회자보다 더 영성이 깊고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을 새삼 발견하게 하신 하나님께 찬양 드린다. 보다 더 겸손한 자세로 목회하리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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