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불이 붙길 원했다/ 안희환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안희환2 2017. 9. 14. 10:22

불이 붙길 원했다/ 안희환시인((시 전문잡지 시인마을 발행인,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불이 붙길 원했다.

차가운 가슴으로 살기엔

너무 냉랭한 계절.

얼어붙은 대지 위

얼어붙은 나무들이 애처로워

울고 또 울었다.

 

한 몸 불타올라

시린 마음들을 녹일 수 있다면

재가 된들 어떠리.

바람에 날려

천지에 흩어진 들 어떠리.

 

불이 붙길 원했다.

따듯한 건 좋아도

탈 만큼 뜨거운 건 싫지만

싫은 것 덕분에

얼어붙은 시대가 살아난다면

다 타버려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