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직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더 문제였구나/ 안희환목사(기독교싱크탱크 대표)
중직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더 문제였구나/ 안희환목사(기독교싱크탱크 대표)
새가족이 등록해서 성도들과 함께 심방을 갔다. 여러 사람이 가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10여명이 함께 갔다.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전한 후 함께 합심하여 그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모두들 얼마나 뜨겁게 기도했는지 예배를 인도한 내가 많은 은혜를 받았다. 심방 시간을 형식적으로 보내지 않고 은혜를 받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예배 후 오리 백숙과 여러 반찬들이 나왔다. 음식이 다 맛있었다. 특히 도라지가 너무 맛있어서 일찌감치 가 먹어버렸다. 그리고 도라지 좀 더 달라고 했는데 그게 도라지가 아니고 더덕이란다. 그냥 가만히 있을 걸 그랬다. 민망해하는 나를 위해 심방 가족의 남자 집사님이 더덕에 향기가 안 나서 그렇다고 한다. 더덕 향기가 났다면 도라지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미이다. 솔직히 말하면 더덕 향기가 났어도 도라지 달라고 했을 것이다.
아무튼 상 세 개로 나눠서 식사를 하는 중에 중직자 한 분이 같이 심방을 온 초신자 한 분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마누라 치맛자락만 잡고 다니지 말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저 말이 부작용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날 저녁 중직자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분의 아내가 전화를 했다. 초신자인 남편이 열이 단단히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화를 내면 내 체면이 손상될까봐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참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생각을 하는 중에 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기회는 아주 가깝게 지내는 친구를 통해서 다가왔다.
며칠에 걸쳐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는데 받지를 않았다. 걱정이 돼서 더 많이 전화했는데 그래도 받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찾아가보기로 했고 한 번만 더 전화하자는 생각으로 전화했는데 다행히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니 대답을 안 하고 가만히 있다. 걱정했다고 말하고 다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었다.
내 목소리가 커졌다. 무슨 일인지 말을 좀 하라고 세게 말했다.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말. “내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사람이냐?”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뭔 소리냐고 물었다. 나중에 사연을 알고 보니 후배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가 그 친구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화를 내면서 그랬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내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이다.
그 친구와 나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해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지만 친구는 부드러운 성격이기 때문에 싫은 소리를 잘 못한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끙끙 앓을 때가 있다. 그래도 가까운 친구인데 할 말을 좀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잘못한 부분이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통화를 끊고 있다가 다시 한 번 전화를 해서 사과하면서 마음을 풀라고 했더니 마음이 벌써 풀렸다고 한다.
교회 중직자의 말실수만 보고 나 자신의 실수는 생각하지도 못하는 나를 보면서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3.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5.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마7장)
그래서 예수님은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나 보다. “1.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2.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남에 대해 판단하고 말하기 전에 자신부터 철저하게 반성해봐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