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나는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안희환목사(기독교싱크탱크대표)

안희환2 2014. 3. 29. 16:27

나는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안희환목사(기독교싱크탱크대표)

 

 

나는 성대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어느 정도까지 좋냐 하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내내 목을 사용해도 끄떡없을 정도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주일만 목을 써도 목이 쉬곤 하는데 내겐 그런 일이 없는 것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때만 해도 통성기도를 실컷 하고 나면 목이 상해서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었다. 성대가 너무 약해서 설교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할머니께서 걱정을 하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해서 통성기도를 하곤 했었다. 특히 산기도를 많이 갔는데 밤새 부르짖어 기도하다보면 목이 완전히 쉬곤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에 또 가서 기도하곤 했었다.

 

 

목이 쉬고 풀리고를 반복하는 동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목이 뻥 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또한 어떻게 소리를 내면 목이 상하지 않는지도 조금이나마 터득하게 된 것이다. 가슴이나 목으로 소리 내지 않고 배로 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통성기도 하는 것에 대해 겁을 내지 않게 되었다. 온 힘을 다해 부르짖어 기도해도 목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집회 인도를 많이 나가는 나로서는 정말 큰 유익이 아닐 수 없었다. 설교를 하거나 기도 인도를 하거나 찬양 인도를 실컷 해도 목이 쉬지 않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설교 가운데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은 내 목소리에 달려있지 않다고 하는 점이다. 강하고 힘 있는 목소리가 설교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사람을 거듭나게 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최근에 기침 감기에 걸렸다. 병원에 다녀도, 약을 먹어도 기침이 멎지를 않았다. 문제는 설교할 때였는데 소리를 조금만 높여도 기침이 쏟아져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조용하게 설교를 했고 그 와중에도 간간히 기침이 나와서 설교의 리듬이 끊기곤 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기도 인도를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찬양을 부를 때도 기침 때문에 찬양을 멈추곤 했다.

 

 

마음껏 설교하지 못한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이번 집회의 설교에 죽을 쑤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나를 초청한 목사님과 사모님, 당회원들, 성도들의 반응이 너무 좋은 것이다. 강사를 앞에 두고 예의상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얼마든지 알 수 있지 않은가?

 

 

유창하지도 않고 웅변적이지도 않은 설교를 통해서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함과 동시에 정신이 바짝 났다. 그 동안 착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설교 내용이 알차고 웅변실력도 좋아서 성도들이 은혜를 받은 것인 양, 즉 마치 내가 설교를 능력 있게 잘 해서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난 양 헷갈리고 있던 내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중심으로 회개했다.

 

 

아직도 기침이 완전히 멎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침 때문에 설교를 잘 못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벙어리를 통해서도 말씀하실 수 있는 하나님을 더욱 의지하기로 했다.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통해 어리석고 교만한 나를 깨우쳐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