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아 최봉일 목사님 정말 미안합니다/ 안희환(기독교 싱크탱크 대표)

안희환2 2013. 12. 21. 15:05

아 최봉일 목사님 정말 미안합니다/ 안희환(기독교 싱크탱크 대표)

 

 

한국 성결신문의 [애오개]란을 읽으면서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 기사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최봉일, 그의 이름을...

[928] 20131219() 00:08:59 성결신문

▨… 최봉일,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성결인들은 대체 몇 명쯤이나 될까. 성결교회의 목사들 중에서도 최봉일이 우리 교단의 목사이며 선교사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체 몇 명쯤이나 될까. 그가 중국에서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돕다가 불법밀입국조직을 결성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20024월부터 25개월이나 복역했음을 아는 성결교회의 목회자들은 대체 몇 명이나 될까.

 

▨… 최봉일, 그는 성결교회의 목사이면서도 성결교회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길을 온몸을 던져 부딪쳐간 사람이다. 탈북자의 한국행 주선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하고 그것을 선교의 일환으로 이해하려는 고집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성결교회적인 발상이나 통념은 아니다. 그 결과였다면 너무 가혹할까. 그는 중국 감옥에 갇혀 있던 25개월 동안 자신의 모교단인 성결교회에서는 자연스럽게(?) 거의 잊혀져 있었다.

 

▨… 그래도 그의 죽음만은 성결교회적이었다고 말한다면, 너무 뻔뻔한가. 그는 중국 감옥을 겪고 난 후에도 메콩강 유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일을 감당했다. 그것이 소명이고 천직인 것처럼. 그러다가 3년 전 담도암 판정을 받았다. 그 판정도 그를 메콩강에서 물러나게 하지는 못했다. 그 최봉일이 지난 11월 귀국했다. 큰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의 메콩강 복귀를 말렸다. 악화된 병세 때문이었다. 가더라도 치료라도 조금 받고 가라고 붙들었다. 그런 주위 사람들에게 그가 들려준 말은,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죽어야 한다였다. 그는 돌아갔고 보름 만에 그의 부음은 전해졌다. 그의 소천은 자신을 중국 감옥에 버려둔 채 잊어버린 교단을, 성결인을 향해 선지자는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음을 확인시켜주었다.

 

▨… 최봉일, 이제야 그가 성결교회적인 목사, 선교사인지를 묻는 것은 부질없는 짓인지도 모른다. 그가 떠나버린 지금에서야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객쩍은 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지자는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음이 우리의 내릴 수 없는 깃발이라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어리석게까지 보이는 그의 삶이 성결교회적인지, 중국 감옥의 그를 잊어버린 우리가 성결교회적인지를. 그의 부음에 부끄러워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어 내뱉는 넋두리다.

위 기사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첫 번째 이유는 저렇게 귀한 하나님의 사람이 고난을 당할 때 우리가 너무 무심하게 있었다는 점이다. 감옥에 있을 때 구명을 위한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병에 걸려 신음할 때 다 함께 중보기도를 하거나 병원비를 보태주지도 않았으니 얼마나 무관심한 우리의 모습이던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탈북자들을 사랑하기에 열정을 가지고 사역한 최목사님이시겠지만 때때로 많이 외로웠으리라는 생각이 마음이 아프게 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두 번째 이유는 보다 더 근원적인 것인데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전 존재를 불사르는 하나님의 사람을 제대로 알아볼 눈이 우리에게 없다는 점이다. 외형주의와 물량주의에 눈이 먼 우리들은 큰 교회의 유명한 목사님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많은 정보를 접하며 그 만큼 많이 알고 있는 반면 이름 없이 빛도 없이 희생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음이 아픈 세 번째 이유는 최봉일 목사님이 생명을 걸고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사람들이 불일 듯 일어나야 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자유를 위해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이들이 지금도 공안의 체포 위협과 강제 북송이라는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의 편안함과 넉넉함에 마음을 뺏겨 탈북자들의 처절한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픈 것이다.

 

최봉일 목사님의 순교자적인 삶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탈북자들의 힘겨운 나날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남과 북이 통일되었을 때 한국 교회가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 통일세대의 선교는 전혀 다른 양상을 지니게 될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고 뒷짐 진다면 훗날 자신들을 외면했다고 교회를 외면하는 북한 동포들에게 더 이상 변명할 것조차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