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도 중에 울어버리신 장로님/ 안희환
대표기도 중에 울어버리신 장로님/ 안희환
윤병남 장로님은 교장선생님이시다. 척 뵈도 교직에 있는 분답게 차분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닌 분이시다. 아내 되신 이금숙 권사님과 금슬이 좋으신데 이권사님은 세월을 타지 않으시는지 아직까지도 소녀 같이 맑고 밝은 모습이어서 참 보기 좋다. 두 분 모두 하나님을 사랑하고 영혼들을 사랑하는 귀한 성품의 소유자들이시다.
.
윤장로님께는 두 자녀가 있다. 아들은 플룻을 전공했고 전문 연주자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딸은 대학병원의 치과 의사로 일하고 있고 그 와중에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중에 있다. 예수비전교회의 주일예배 반주자로도 섬기고 있는데 바쁘고 힘든 와중에서도 충성스럽게 주어진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
내가 참 감사하는 것 중 하나는 윤장로님이 내가 쓰는 글을 다 읽고 계신다는 것이다. 주보에 한편씩 올리는 칼럼 외에 매일 두 편 가량의 글을 쓰고 온라인 공간에 올리는데 그것을 빠짐없이 읽으시니 보통 정성이 아니시다. 그래서인지 윤장로님은 나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해서 깊이 이해를 하고 계신다.
.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내 머리에 뇌종양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교인들이 담임목사인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날 대표기도 순서를 맡으신 윤장로님은 열정적으로 기도를 하셨다. 그러다가 내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하시는 대목에서 울어버리셨다.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셨다. 윤장로님은 울어버리신 것을 민망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나로서는 참 감사한 마음이었다.
.
신상범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새빛교회에서 설교하는 날 이금숙 권사님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만났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 날 장인어른 생일을 맞아 함께 식사한 후 윤장로님과 이금숙권사님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가시기 전에 윤장로님께서 병원비에 보태라고 봉투 하나를 주셨다. 100만원이 들어있었다.
.
사실 윤장로님의 형편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장로님은 교장선생님으로 권사님은 피아노 학원 원장으로 일을 하시지만 두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딸이 박사 학위 과정을 잠시 쉬겠다고 해서 겨우 아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신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병원비에 보태라고 주신 돈이라 생각하니 감동되었다.
.
살면 살수록 참 많은 은혜와 사랑을 입고 산다는 고백이 저절로 나온다. 나처럼 부족하고 모나고 허물 많은 사람을 목사로 신뢰하고 따라주는 교인들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다. 이미 받은 은혜만으로도 평생 갚아야할 처지인데 이렇게 가면 갈수록 많은 사랑을 입고 있으니 대체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 감격에 겨워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되는 순간이 점점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