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으며 말씀 듣는 사람들/ 안희환
비를 맞으며 말씀 듣는 사람들/ 안희환
매주 월요일이면 서울역 광장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기도를 한다. 350명 정도가 꾸준히 모이는데 그들의 기도는 건강을 위한 것도, 축복을 위한 것도, 가정을 위한 것도 아니다. 오직 나라를 위한 기도이며 북한 동포들을 위한 기도이다. 그 기도는 추운 겨울에도 계속 이어졌는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빚진 마음이 들었다. 그 기도에 동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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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핑계 댈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 동안 집회 일정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각 지역을 다니며 부흥회를 인도했고 청소년 집회에서 설교했다. 강의를 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관계하고 있는 시민 단체의 일도 있었고 매일 글을 써야 했던 것도 시간 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였다. 더구나 담임목사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해야 할 일들도 꽤 많았다. 설교를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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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이 조금 줄어들어서 통일광장 기도회에 한 달에 한번이라도 참여할 마음을 먹고 있는 중에 연락이 왔다. 통일광장기도회에서 설교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마침 일정이 잡히지 않은 날이었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통일광장 기도회에 가는 날을 기다렸다. 더구나 그런 영광스러운 시간에 설교를 한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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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이 되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가늘지가 않았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사람들이 많이 올까 하는 생각을 하고 갔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든 채 모여들기 시작했다. 집행부에서 제공하는 우비를 입고 비로 젖은 의자들 위에 앉기 시작했다. 우산을 쓴 채로 찬양을 부르고 기도를 드리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큰 은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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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욱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워십 팀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더니 비를 다 맞으면서 공연하는 것이었다. 옷을 입고 있어도 추운 날씨에 겉옷을 벗었으니 얼마나 추웠을까? 게다가 비를 쫄딱 맞았으니 한기가 얼마나 뼛속 깊이 파고들었을까? 그러나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최선 다해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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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를 하기 위해 강단 위에 올라갔는데 이미 마음이 뜨거워진 상태였는지라 열정을 다해 설교할 수 있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채로 설교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슴 속에서 뭔가가 꿈틀댔다. “하나님. 저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옵소서. 하나님을 향한 저들의 얄정을 보옵소서. 그냥 지나가지 마옵소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옵소서.” 기도하면서 말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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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북한의 존재로 인해 남한까지 이념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살기 위해 탈북한 사람들의 절망적인 상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나마 잡히지 않고 탈북한 사람들은 행운의 사람들이고 도로 잡혀 들어간 사람들은 그야말로 처참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때에 눈물의 기도로 광장을 덮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소망을 준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도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