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시인들이 만나다/ 안희환

안희환2 2012. 3. 10. 16:18

시인들이 만나다/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328)

 

 

시인들이 만나면

마른 사막에 물이 흐른다.

높이 솟아오른 산이

순식간에 평지가 되고

맑은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먹구름이 흰 구름에 잡아먹혀

양떼가 되게 한다.

시인들이 모이면

화산이 폭발하기도 하고

넓은 호수가 순식간에

얼어붙기도 한다.

모닥불이 지펴져 작은 불꽃이

시를 쓰며 오르기도 한다.

시인들은 문장 속에서

만물의 창조주가 된다.

짓기도 하고 허물기도 하며

솟기도 하고 잠기기도 한다.

더 이상 나올 게 없으면

흩어져 제 갈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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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안의 향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