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글 숲에 빠지다/ 안희환

안희환2 2012. 2. 14. 14:08

글 숲에 빠지다/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304)

 

 

글 숲에서 길을 잃었다.

맛 나는 과일을 따먹듯

깊숙이 들어가 시를 따다가

그만 글 넝쿨에 길을 잃었다.

불행할 일은 없다.

굶어죽을 일도 없다.

글 숲에서 평소에 볼 수 없는

신비한 것들이 가득 열렸으니.

다만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지연되는 것 뿐.

살며시 들어가던 글 숲

막상 발을 들이고 나면

주체할 수 없는 소용돌이

감정은 그곳에 빠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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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서울시립미술관 전시회에서 찍음(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