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바위 사이의 구멍/ 안희환

안희환2 2012. 2. 8. 16:09

바위 사이의 구멍/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93)

 

 

커다란 바위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어.

원래 그런 건지 누군가

뚫어놓은 건지 모르지만

거기 앉았으면 소리가 들려.

바람 소리인지

파도 소리인지

마음의 소리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그곳에 앉았다가

잠이 들면 그 동안

구멍 주위를 둘러싸고

춤을 추는 무희들.

바람도 파도도 아닌

진짜 노랫소리가 들려.

더 잘 들으려 눈을 뜨면

다 흩어져 가지.

커다란 바위 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어.

일상이 지겨워져

신비한 경험을 하고 싶어지면

그 가운데 앉아

두근거리며 기다리지.

왜 앉아만 있냐고?

서면 머리가 닿는

아주 작은 구멍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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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주 양동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