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지하철/ 안희환

안희환2 2012. 1. 11. 15:49

지하철/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62)

 

 

지하철은 늘 정해진 길을 간다.

어긋나면 일어날 재앙 두려워

조심조심 레일 위를 달린다.

스스로 벗어날 생각을 못한다.

정해진 길만을 가는 지하철 안

사람들의 길은 저마다 다르다.

정해진 길을 가는 지하철만

벗어나면 엇갈린 길을 걷는다.

함께 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왜 없으랴만은 그 이상으로

홀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

지하철은 그들을 잡지 못한다.

다 보낸 후 홀로 남은 지하철

텅 빈 내장을 주체할 수 없다.

긴 밤 차고에서 흐느껴 울다

내장을 채우려 다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