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회단상

내 아내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안희환

안희환2 2012. 1. 3. 16:54

내 아내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안희환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웃음보가 터질 때가 종종 있다. 아내의 사오정 증상 때문이다. 잘못 알아듣거나 엉뚱하게 알아듣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그 덕분에 실컷 웃게 되는 것이다. 잘 못 듣는다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활력소가 되기도 하니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한번은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다. 나는 아내가 마음 넓게 반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였다.

나는 당신 마음이 하해 같았으면 좋겠어.”

곧바로 아내가 언성을 높이며 하는 말.

하해가 어떤 여자예요?”

내가 자신을 다른 여자와 비교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 대답을 듣고 어찌나 웃기던지 화가 다 풀리고 말았다.

어느 날 아내와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이동할 때의 일이다. 그럴 때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곤 한다. 특히 아이들이 기상천외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덕분에 참 즐거운 시간이 된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효원이가 물었다.

물에 수류탄을 던지면 어떻게 되요?”

아이 딴에는 그게 궁금했던 모양이다. 슈류탄은 터지는 것인데 물속에서도 터지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내가 대답을 했다.

물에 술 타면 물도 아니고 술도 아니겠지.”

그날 차 안에서는 수류탄이 아니라 웃음폭탄이 터지고 말았다.

아내는 운전면허를 따지 못했다. 면허를 딴다고 한지 6년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입으로만 면허를 따고 있다. 장거리 운전을 할 경우에나 몹시 잠이 쏟아지는 경우 옆에 있는 사람이 운전해주면 10분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는데 아내가 운전을 못하니 내 입장에서는 아쉬울 때가 있다. 또 아쉬웠던 어느 날 아내에게 말했다.

마누라야. 면허 좀 따. 내가 10분이라도 잘 수 있잖아.”

누나라고 불렀어요?”

내가 제 정신인데 9살이나 어린 아내를 누나라고 부를 일이 있나?

아이들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 비디오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재미있게 보았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등도 신나게 보았다. 이제 해리포터의 불의 잔을 볼 차례였다. 아이들이 물었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 봐도 되요?”

내가 대답했다.

불의 잔?

아내가 곧 이어 물었다.

부대장님이 언제 오신다고요?”

어떻게 불의 잔을 부대장으로 들을 수 있는 건지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튼 또 다시 웃음이 빵 터졌다.

사람의 말은 오해하기도 하고 엉뚱하게 알아듣기도 하지만 적어도 하나님의 말씀은 그렇게 알아듣지 말아야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내 방식대로 받아들이거나 엉뚱하게 이해한다면 사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 들 테니까 말이다. 하나님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먹으면 반드시 죽으리라 했는데 하와는 먹지 말라고 하셨다며 하나님의 말씀에 자기 생각을 추가하고 죽을까 하노라 라고 대답함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약화시켰다.

내 아내가 엉뚱하게 알아듣고 반응을 보인 것은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야기 시키는 것도 아니기에 온 가족이 다 웃고 끝이 났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알아듣고 반응한 하와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오늘날 우리에게까지도. 경청이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꼭 필요한 것이겠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특히 필요한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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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울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