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아버지/ 안희환

안희환2 2011. 12. 31. 21:09

아버지/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42)

 

 

미워하던 마음이 가라앉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게 되었는데

아버진 어느덧 이전의

큰소리치던 그 아버지가 아니다.

기운이 빠져 허리가 휘시고

이젠 파킨슨마저 찾아와버렸다.

자신이 세워둔 차를 찾곤 한다는

할머니의 걱정 어린 전화 후

수화기를 내려놓은 다음에도

전화를 하는 듯 소리가 들린다.

아직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계시지만

혹시 기억 너머로 가실까봐

두려운 마음이 넘실거린다.

차라리 앙금이 남았더라면,

복수하고 싶던 과거의 흔적이

뚜렷하게 살아있었더라면

잘 된 거라며 애써 너털웃음 웃고

남 이야기 하듯 했을 것을.

뒤돌아서서 홀로 울지언정.

_________

사진/ 울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