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의 김정일 조문을 비판하는 이유/ 안희환
이희호 여사의 김정일 조문을 비판하는 이유/ 안희환
이희호 여사의 김정일 조문에 대한 논란이 많다. 남북간의 평화적인 분위기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적인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이희호 여사에 대한 비판적인 글들이 많이 오르고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면서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공격하고 있기도 하다. 왜 이렇게 이희호 여사의 북한 방문에 대한 부정적인 흐름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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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김정일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감이 크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한 엄청난 축재를 하면서도 정작 백성들이 굶어죽는 것을 방치했던 인물이다. 먹고 살기 위해 중국 등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면 그조차도 냉혹하게 막아 굶어 죽도록 강요한 인물이다. 그래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300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김정일의 죽음을 조문하겠다는데 환영받기는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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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이희호 여사를 포함한 진보진영 인사들의 편파적인 행동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이 나라의 군인들이 무고하게 목숨을 잃었건만 그곳에 가서 조문하지 않았다. 이 나라를 위해 일하던 와중에 죽은 이들을 조문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건만 그 마땅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북한의 김정일이 죽었다고 조문을 가니 이건 뭐가 바뀌어도 단단히 바뀌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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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의 독재 세습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독재 국가들 가운데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삼대 세습이 이루어진 곳이다. 29살짜리 어린 청년이 대장의 칭호를 달고 국가의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라간 것도 역사상 유래 없는 일이다. 아직 지지 기반을 확고하게 하지 못한 상태의 김정은은 어떤 방식으로든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계기가 목마른 상황이다. 그런 김정은을 만나러 가는 것은 김정은을 돕는 일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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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북한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에 정변이라도 생기면 북한은 중국에 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에 안 들어도 김정은이 권력 체계를 확고히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 때 이미 북한의 많은 자원들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항구를 중국에 내준 것은 어떻게 풀이할 것인가? 김정은 체계가 확고하게 서도 그런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지언정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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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북한 잠식 운운하는 것은 북한을 위하는 물타기 노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중국에 대해 경계를 해야 할 것이고 뭔가 대안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해도 중국의 북한 잠식을 막기 위해 김정을 정권을 붙들어주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불순한 의도이거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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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정일을 사망을 계기로 불순한 국가관을 가지고 있던 세력들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김정은을 젊은 호랑이라고 지칭하며 이전과 다른 북한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 김정일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 가슴 아파하는 사람, 서울대학교에 김정일 분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서울 대학생, 김정일 조문하러 가는 걸 막지 말라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 등등. 그들은 분명 이 나라에 머물고 있지만 이 나라를 흔드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이 활개 치며 이 나라를 혼돈 속으로 몰아가지 못하도록 지켜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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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울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