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파도가 얄밉다/ 안희환

안희환2 2011. 12. 17. 09:36

파도가 얄밉다/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217)

 

 

실핏줄처럼 해변에

길이 떠 있다.

덤벼들 듯 다가오는 파도

발밑에서 힘을 잃으면

갈매기는 기운 내라고

까욱까욱 소릴 지른다.

걷다 지쳐 선 자리

모래 위에 누워 보는

바다가 울고 있다.

아니 웃고 있었는지도.

바다란 보는 이에 따라

감정 표현이 다르니.

함께 걸었더라면

파도의 위협도 가볍게,

아무 일 아닌 듯

털털 웃음으로 맞았을 것을.

홀로 걸은 많은 날에

파도의 도전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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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울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