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돌고 돌아 이 자리에/ 안희환

안희환2 2011. 12. 9. 08:01

돌고 돌아 이 자리에/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195)

 

 

돌고 돌아 이 자리에 있다.

조금 더 빨리 올 수 있었을 텐데.

조금 더 쉽게 올 수 있었을 텐데.

갈림길에서의 선택이 이렇게

상처투성이의 상태로 이곳에

숨을 헐떡이며 있게 했다.

무겁다고 던져버린 이정표

감정 내키는 대로 정한 걸음

얼핏 살피고 결정한 순간들의

흔적들이 딱지가 되어

손님마마를 맞은 듯한 얼굴.

거울보다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의미 한 조각 줍지 못했더라면

무의미가 안개 되어

길을 삼키고 말았을 것인데

벗어난 길에서 겪은 값진 경험

안개를 헤치고 길을 열었다.

작은 보람으로 이곳에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