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검은 침묵에서 벗어나리/ 안희환

안희환2 2011. 12. 4. 06:48

검은 침묵에서 벗어나리/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184)

 

 

우리는 눈을 감았네.

보고 싶지 않은 광경

아니 볼수록 감당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뼛속을 얼리는

그런 광경을 보지 않으려.

우리를 귀를 막았네.

경쾌한 멜로디에 익숙한

우리의 귀가 소화하기엔

너무도 벅찬 비명소리, 온 몸을

굳게 만드는 그 소리에.

눈을 감고 귀를 막으니

입은 벙어리가 되었네.

말해야할 것을 말하지 않고

맛있는 것만 탐하는 입.

짖지 못하는 개가 되었네.

손과 발이 있으나

묶인 자를 풀어주지 않았으며

통곡하는 이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지 않았으며

허수아비마냥 멈춰 있었네.

눈 귀 입 손 그리고 발

살아있으나 살아있지 않은

검은 침묵의 하수인들.

이제 움직이려 하네.

침묵의 올무 끊어버리려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