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자작시
저 개를 걷어차고 싶다/ 안희환
안희환2
2011. 11. 23. 08:27
저 개를 걷어차고 싶다/ 안희환
사진 한 장으로(168)
저 개는 왜 맨날 저렇게
엎어져 잠을 잘까?
한 대 걷어차고 싶은데
물릴까봐 주저한다.
철갑으로 만든 바지가 있다면
한번 걷어차 주련만.
.
새끼였을 땐
귀엽기라도 했지.
그땐 한두 번 쓰다듬기도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사라졌어.
한 동안 보이지 않더니
여기저기 부푼 모습으로 왔는데
냄새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
냇가에 몸을 잠근 후
털기라도 하면 덧나나?
다른 개들을 따라
돌아다니기라도 하면 안 되나?
허구한 날 자빠져 자는 게
게으른 삼촌을 닮았어.
.
첨부터 싫었던 건 아냐
새끼 때 쓰다듬던 기억에
얼마 전 먹이도 주려했어.
더러워진 주제에
으르렁 거려서 도망쳤지.
한 대 걷어차고 싶지만
물릴까봐 주저하는 거야.
.
저 개 아주 잠들면 어떡해.
그만 일어나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