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판자촌생활

아 끔찍하고 무서운 그 날이여 / 안희환

안희환2 2006. 5. 16. 22:52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55) 아 끔찍하고 무서운 그 날이여 / 안희환 

  덤프_트럭[1].jpg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신문을 돌렸다. 체격이 갑자기 더 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중학생이 되고 나서 내가 맡은 신문부수가 더 늘었다. 걸으며 신문 돌리던 내가 자전거로 돌리면서 신문부수가 한번 늘은 데다가 중학생이 되었다고 더 늘었기에 그만큼 월급이 올랐던 기억이 있다. 한 사람이 신문을 더 보게 하는 것이 참 어려웠던 상황인지라 참 기뻐했었다.


내가 돌리는 신문은 석간이었는데 학교 수업을 다 마치고 남는 시간 동안 학교에서 놀다가 자전거를 타고 신문보급소로 가면 되었다. 내 몫의 신문을 자전거 뒤에 실은 채 신나게 달리면서 신문을 돌리다 보니 걸어 다닐 때보다 수월하게, 기분 좋게 다닐 수 있었다.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것은 확실히 복이었다. 걸을 때는 죽을 맛이었는데..^0^


그러던 어느 날이다. 아니 어느 날이 아니다. 나는 그 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도무지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3월 14일이었다(년도도 기억하지만 내 나이를 정확하게 알리는 셈이기에 밝히지 않는다). 그날도 다른 날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신문 보급소로 가고 있었다.


내가 주로 다니는 길은 학교에서 가리대로, 다시 시흥대교쪽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가리대와 시흥대교 중간 정도에 MBC 송신탑이 있었다. 길은 좁아서 왕복 2차로였는데 학교에서 신문보급소로 가는 길 오른 쪽에 도랑이 있었고 지저분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결국 커다란 차 한 대가 앞서 가면 그 속도가 느리더라도 추월하거나 비켜갈 수 없는 좁은 도로였다. 간 크게 중앙선을 넘어가든지.


당시에 그 주변에서는 공사가 있었는데 그 때문에 흙이나 건물 폐기물을 실은 덤프 트럭들이 자주 왕래하였다. 하필이면 3월 14일 신문보급소로 가는데 그런 덤프 트럭 한 대가 자전거 앞으로 천천히 달렸고 나는 그 뒤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지금도 그 이유를 모름) 앞서 가던 덤프 트럭이 멈춘 채 움직이지를 않았다.


나는 덤프 트럭이 움직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고 한참을 기다리다 지친 나는 고민을 했다. 오른쪽으로 가자니 도랑이 있어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왼쪽으로 가자니 중앙선 쪽이기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마침내 나는 결심을 했고 자전거를 왼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도랑이 빠질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한없이 서서 기다릴 수도 없고 차라리 반대편 도로에서 차가 오기 전에 빨리 지나가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발판을 밟고 왼쪽으로 비켜 지나가는데 마침 그때 운명의 덤프 트럭을 만났다. 하필이면 내가 중앙선 쪽으로 간 그 순간에 거대한 트럭이 등장을 한 것이다. 나는 트럭에 부딪힌 후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고 넘어진 내 위로 덤프 트럭의 뒷바퀴가 지나갔다. 뒷바퀴는 정확하게 내 손목과 어깨 사이를 짓밟고 지나갔다. 해일 같은 고통과 함께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왜 내가 자전거를 왼쪽으로 틀은 그 순간에 덤프 트럭이 또 다시 나타난단 말인가? 덤프 트럭 두 대 사이에 끼어버리도록 말이다. 덤프 트럭이 아닌 승용이기만 했더라도 상황은 나아졌을 텐데 왜 하고 많은 차 중에 덤프 트럭이었던 말인가? 정말 부질없는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그 질문은 반복해서 나왔다.


그토록 내게 기쁨을 주던 자전거가 오히려 내게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을 초래했으니 인생사는 알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그 서러운 사실을 일찍, 너무도 일찍 터득하였다. 좋은 게 마냥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거꾸로 나쁜 게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그 후로도 많이 경험하게 되지만 3월 14일의 사건이야 말로 가장 뚜렷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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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다가 글을 올립니다. 내게 큰 아픔의 사건이기에 많이 망설였지만 그냥 넘어가면 더 이상 글을 이어나갈 수 없으니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씁니다. 일단 시작하였으니 모든 과정을 빠짐없이 서술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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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비비추님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