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판자촌생활

자전거를 타게 된 신문팔이 소년 / 안희환

안희환2 2006. 5. 9. 08:36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53) 자전거를 타게 된 신문팔이 소년 / 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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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신문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처음 신문을 돌릴 때 걸어다니며 돌렸고 그 때문에 무거운 신문 뭉치로 인해 고생을 했다. 또 먼 길을 걸어다니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요즘처럼 아파트 단지가 많이 있었다면 꼭대기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며 신문을 돌리기도 하고 바로 옆 동으로 가서 또 신문을 돌리기도 했으련만 그때 소하동은 집들이 드문드문 떨어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내게도 자전거가 생겼다. 처음부터 내 키에 맞는 새자전거를 사 줄 수 있는 집안 형편이 아니었기에 다른 사람이 쓰던 어른용 중고자전거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그때 나는 하늘을 뛸 듯이 기뻐했었다. 문제는 내 다리가 발판에 닿지 않는다는 점인데 그 대안으로 오른쪽 다리를 자전거 몸체 사이에 끼워놓고 자전거를 움직였다.


자전거를 배우는 과정에서 참 많이도 넘어졌던 기억이 있다. 요즘 아이들이 타는 어린이용 자전거는 두 바퀴 옆에 보조용 바퀴가 있어서 잘 넘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타기 시작한 자전거에는 그런 멋진 장치가 없었으며 게다가 자전거의 덩치가 큰 덕분에 너무 무거워서 내가 주체하기에 힘이 들었고 당연히 자주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내 다리와 무릎을 보면 자잘한 흉터가 많이 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바로 자전거로 인해 생긴 것들이다. 상처 난 부위를 제대로 소독하지도 못한 채 절뚝거리면서도 거대한 자전거를 끌고가려고 발버둥을 치던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은 내가 생각해보아도 기특하다. ^0^. 그렇게 나는 자전거의 전문가가 되어갔다.


점점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있게 되었다. 제법 속도도 낼 수 있었고 커브 길도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튀어나오면 놀라기도 하고 브레이크를 제때 잡지 못해 부딪히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안정감 있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그 상황에도 겁이 나는 것은 가파른 비탈길이었었다. 브레이크 덕에 속도는 줄지만 낡은 자전거의 삐익거리는 브레이크 소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이다.


처음에 생긴 자전거와 달리 두 번째 생긴 자전거는 내 발이 발판에 닿았기 때문에 다리를 옆으로 끼고 타지 않아도 좋았다. 덕분에 자전거 속도도 더 빨라졌고(지금도 자동차를 타면 왜 그렇게 빨리 달리고 싶어하는지...) 브레이크 잡는 순발력도 더 좋아졌다. 가까운 곳이던 먼 곳이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학교도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


나는 드디어 자전거를 타고 신문을 돌리는 신의 경지에까지 도달하였다. 신문을 돌리는 시간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었고 까짓것 신문뭉치가 무거워봐야 자전거 뒤에 실으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처음 자전거로 신문을 돌리던 날 나는 얼마나 기뻐하며 행복해했는지 모른다. 신문사 소장님은 내게 좀더 많은 신문을 돌리게 해주셨고 월급이 조금 더 늘어났다. 고맙게도...


어른이 된 지금 그래도 괜찮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서 옛날 생각을 해본다. 처음 차가 생겼을 때, 그리고 그 차로 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기뻐한 나의 모습이었지만 어린 날 자전거 한 대로 인해 기뻐하던 것만큼은 못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낡은 중고 자전거 한 대에 비해 자동차는 얼마나 비싼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덜 감사하고 덜 기뻐하는 내 모습을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