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때문인지 몰라도 종종 생각나는 놀이가 자치기이다. 내 기억으로 여름이 아닌 가을이나 겨울 무렵에 많이 했던 것 같다. 손을 호호 불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치기는 비교적 하기 쉬운 놀이였다. 나무를 구하는 것을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아버지가 목수 일을 하시기도 했던지라 나무를 자르는 톱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우리)는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굵은 나무를 구해서 하나는 길게, 다른 하나는 짧게 잘랐다. 긴 나무든 짧은 나무든 그 끄트머리는 비스듬하게 잘랐는데 나무를 날려 보내거나 위로 튀어 오르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치기 요령을 조금 말하자면 땅에 홈을 판 후 그 주위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홈에 짧은 나무를 놓은 후 긴 나무를 그 사이에 넣고 멀리 날려 보낸다. 이때 잡히면 아웃이 된다.
잡히지 않은 경우엔 상대편에서 짧은 나무를 동그라미 안에 던져 넣으려고 하는데 그게 성공하면 역시 아웃이 된다. 따라서 짧은 나무를 날렸던 사람은 긴 나무를 가지고 던져진 짧은 나무가 동그라미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쳐내야 한다. 쳐냈을 경우 그렇게 떨어진 짧은 나무를 긴 자로 쳐서 멀리 옮길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보너스가 있다. 긴 자로 작은 자를 튕긴 후 쳐내기 전에 한번을 더 튕기면 긴 자의 절반으로 거리를 계산하고(두배가 된다), 한번 더 튕기면 작은 자로 계산하고, 거기에서 한번 더 튕기면 작은 자의 눈금으로 계산한다. 그렇게까지 튕긴 상태로 작은 자를 멀리 쳐내면 엄청난 점수를 얻게 된다.
욕심이 많았던 모양인지 나는 여러 번 튕기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튕긴 후 쳐낸 작은 자의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문제는 여러 차례 튕기려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점수를 제대로 못 내고 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렇게 튕기다가 상대에게 잡히면 아웃되고 말이다. 그런 때면 후회를 하며 다음에는 너무 욕심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자치기를 하면 나는 어제의 후회와 교훈을 싹 잊어버린 채 또 다시 여러 번 튕기기를 시도하곤 했다. 마음을 비우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차분하게 자치기를 했다면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되었을 텐데 그게 잘 안되는 것이다. 한번에 큰 점수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대박에 대한 미련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지만 이제 자치기는 하지 않는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좋지 않은 현상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 그것은 대박을 꿈꾸는 일이다. 경마에 목은 매는 사람, 복권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 경륜에 참가하는 사람, 카지노에서 많은 돈을 탕진하는 사람, 노름 고스톱을 치는 사람, 큰 이익을 준다는 말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박은 손에 쥔 사람은 별로 없는 반면에 패가망신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냥 상황과 처지에 맞게 작은 자를 쳐내면 좋았을 것을 너무 욕심 부리다가 낼 수 있는 점수도 못 내거나 아웃되었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애초부터 도박 같은 것에 손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내가 내 성향을 보건대 일단 시도를 하면 그리고 행여 그 맛을 조금이라도 보면 정신을 못 차릴 나이기 때문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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