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32) 개구리 몸 분리하기 / 안희환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개구리에 대한 것인데 이 글을 쓸까 말까 많은 고민을 하였다. 여성분들 중 어머~하며 얼굴을 붉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일주일간의 장고 끝에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자꾸 떠오르는 추억인데 다른 사람의 이목 때문에 묻어두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0^.
앞의 글에서 개구리를 나무로 된 벽 위에 못 박아 놓고 붕을 불어 맞추는 놀이를 했다고 이야기했었다. 먼저 맞추는 사람이 그 위에 나란히 매달린 껌 한 개의 주인이 된다는 말과 함께. 그런데 개구리의 용도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장난감이 마땅치 않았던 판자촌의 어린이들에게 개구리는 그야말로 기가 막힌 장난감이었던 것이다.
먼저 개구리를 잡는 것 자체가 참 재미있었다. 개구리 풀이라고 해서 끄트머리가 송충이처럼 생긴 풀을 자른 후 개구리가 물 수 있을 만큼의 양만 남기고 뜯어내면 훌륭한 개구리 낚싯대가 된다. 그걸 가지고 개구리 앞에서 흔들어대면 개구리는 벌레라도 되는 줄 알고 물어버린다. 그때 타이밍을 잘 맞추어 빠르게 잡아 다니면 개구리가 허공을 나르다 바닥에 떨어진다. 그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개구리를 얼른 붙잡으면 상황 종료가 된다.
그러면 그런 식으로 잡은 개구리를 어떻게 가지고 놀았을까? 친구들과 함께 갈대같이 생긴 풀을 뜯은 후 양쪽을 잘라내어 자연 빨대를 만들어서 개구리의 똥구멍에 꽂는다. 그 상태로 바람을 불면 개구리의 배가 남산만해진다. 그런 몸을 한 개구리는 잘 도망가지도 못한다. 그렇게 누구 개구리가 더 뚱뚱한지 시합을 하곤 했다. 심한 경우 개구리의 배가 파열되곤 했는데 그 당시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었다. (맘 약한 분은 읽지 마시라).
개구리의 또 다른 용도는 간식거리의 대체라는 측면이었다. 제법 큼직한 개구리들만 모은 깡통을 들고 하수구 옆으로 간다. 그리고 한 마리를 꺼낸 후 그 몸을 발로 밟는다. 그 상태로 뒷다리를 세게 잡아당기면 개구리의 몸과 뒷다리가 분리된다. 다리만 그릇에 담고 앞쪽은 하수구에 버리는데 늦게 버린 개구리는 앞쪽 몸통을 끌고 돌아다닌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잔인한 짓이었다)
그렇게 모든 개구리를 처리한 후 뒷다리들만 모아서 부엌으로 간다. 연탄불 위에 석쇠를 오려놓고 개구리 뒷다리들을 굽기 시작한다. 그 작업엔 노하우가 필요하다. 일찍 꺼내면 덜 익고 너무 오래 구우면 타기 때문이다. 군침을 삼키며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 조바심을 냈던 기억이 난다. 마침내 다 익으면 입에 넣고 씹는데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다.
사실 그 당시의 내게 지금처럼 쥐포나 오징어, 혹은 문어 다리를 먹는다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20원짜리 자야라는 과자도 몇 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하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싱싱한 고기를 직접 구워서 먹을 수 있었으니 개구리 사냥은 그야말로 보람 있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부디 내 잔인했던 행동들을 이해해주시라.
수많은 개구리들의 원한을 뒤로한 채 먹었던 뒷다리로 인해 얼마나 몸보신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또 어떻게 보면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일들은 내 추억의 단편을 이루는 소중한 기억들이다. 나는 지금도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이 모든 일들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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