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이한 식성을 가진 고양이/ 어릴적 겪은 판자촌 생활(27)/ 안희환
가끔 보면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고양이는 성격이 어떻고 특징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고양이를 오랫동안 길러본 내 경험으로 볼 때 고양이의 성향의 단순화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천차만별이듯이 고양이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얼마 전에 군산에 내려간 적이 있다. 그곳엔 내 후배가 살고 있었는데 닭, 오리, 개, 토끼 등을 키우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꼽사리 낀 어린 고양이 새끼가 한 마리 있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아주 특이했다. 나를 처음 보는데도 꺼리고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니라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쉽게 안기는 것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내가 걸어가면 이 녀석이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가면 같이 가고 서면 같이 서기도 하면서 말이다. 특이한 고양이라고 말했더니 후배가 그 고양이의 신상명세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미가 그 녀석을 낳은 후 버린 것인지 몰라도 길거리에 갓 태어난 고양이 새끼가 있기에 데려다가 우유로 키웠는데 사람이 어미인줄 안다는 것이었다.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이한 고양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추억 속의 고양이 한 마리가 떠오른다. 그 고양이는 집에서 주는 음식을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잘 먹지를 않았다. 병이 났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생각하기를 그 나비(고양이)가 다른 곳에서 영양 보충을 확실히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바로 쥐를 생식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쥐를 잡아먹는 광경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쥐의 잔해나 고양이 입의 루즈 흔적도 나타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금식하며 수도하는 고양이도 아니고 희한하기가 그지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에서 챙겨주는 음식을 아주 약간이라도 입에 댄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고양이의 주식이 무엇인지 알아내고야 말았다. 안양천 뚝방에서 비스듬하게 내려온 비탈에는 채소와 꽃, 풀들이 어우러졌는데 나비는 그곳에 난 풀을 뜯어먹고 있는 것이었다. 전에 아래에서 올려볼 때는 그냥 조그만 곤충 같은 걸 잡으려고 그러는 줄 알았는데 올라가서 자세히 보니 풀을 뜯어서 먹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놀라운 소식을 부모님들에게 말했는데 부모님들은 믿지도 않을뿐더러 나가서 같이 보자고 하는 말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다행히 나중에 부모님들 스스로가 동일한 광경을 목격하였고 나 역시 그 후로도 고양이가 풀 먹는 광경을 여러 차례 목격하였는데 볼 때마다 신기한 생각에 한참을 쳐다보곤 했었다.
요즘 인터넷 상에 보면 특이한 동영상들이 올라와 있어서 네티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데 그 당시의 내게 캠코더가 없었다는 것이 한스럽다. 장담컨대 풀 뜯어먹는 고양이의 모습은 지금에라도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서 어떤 풀을 먹었는지 조사해 놓았으면 참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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