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를 사냥하는 고양이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26)/ 안희환
아무리 생각해도 길렀던 고양이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나비라고 불렀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새로운 나비 이야기를 계속해보고자 한다.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나비는 보통의 나비와는 다른 특이한 성향의 나비인데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길렀던 고양이들도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한 나비(고양이)는 새끼일 때부터 남달랐는데 그 동작이 참 재빨랐다. 뒹굴뒹굴 구르는 것은 고양이의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무언가를 던져 주었을 때 그것을 낚아채는 속도와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이다. 고양이 올림픽이 있다면 100미터 달리기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것이다. 고양이 올림픽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한번은 판자촌 뚝방에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언덕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그 나비 녀석이 길 옆 낮은 담 밑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를 쳐다보느라 고개가 왔다갔다 움직이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제비가 날아가는 대로 고개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것은 사냥 자세였고 사냥의 대상은 제비였던 것이다.
나는 그런 나비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어서 나비를 지켜보았다. 낮게 날아가는 제비를 잡으려고 잠자리채를 수없이 휘둘렀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나로선 감히 날아다니는 제비를 잡으려는 고양이의 모습이 건방져 보이기도 했었다. 고양이는 한참을 웅크리고 있다가 뛰쳐나가 뛰어올랐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이 일어났는데 나비가 제비를 낚아챘다.
어떤 분들은 이런 이야기가 마치 지어낸 것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다 한점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나와 오랫동안 친분을 가진 이들 중에 내게 그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까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어 주시기를 바란다^0^. 사실 나도 내 눈으로 그 광경을 보지 못하였다면 믿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비가 제비를 잡은 후 나는 나비에게로 달려갔는데 나비는 치사하게도 주인인 내게 제비를 상납하지 않고 제비를 문 채 도망을 가버렸다. 그 나비는 그 일로 인해서 내게 확실히 찍혀버렸다. 살아있는 제비를 잡아서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던 어린 주인의 꿈을 이룰 기회를 나비란 녀석이 제공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던져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게는 커다란 궁금증이 생겼는데 나비 녀석이 그 제비를 어떻게 처리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가지고 놀다가 놓쳐버렸을까?(쥐를 잡았을 경우 실컷 가지고 노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다 놓치기도 한다). 아니면 놀기도 전에 놓쳐버렸을까? 그것도 아니면 가지고 놀다가 잡아먹어버렸을까? 그것도 아니면 놀기도 전에 잡아먹어 버렸을까?
그 녀석 말고도 말 그대로 엽기적인 나비가 더 있다. 몇 녀석이나 언급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기대하고 기다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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