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판자촌생활

의리를 지키는 멋진(?) 고양이 / 안희환

안희환2 2006. 4. 20. 08:00
의리를 지키는 멋진(?) 고양이 / 안희환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25)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너무 편파적으로 개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룬 것 같다. 이에 원한을 품은 장화신은 고양이가 내게 심술을 부릴까 염려되어 이제 고양이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먼저 해명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개와 고양이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개와 고양이 사이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험악하지 않다. 오랫동안 둘 사이를 지켜본 증인의 말이니 믿어도 좋을 것이다.


사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개를 참 좋아하는 사람조차도 고양이라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드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고양이를 오래 키우면 요물이 된다느니, 고양이를 해치면 고양이가 복수를 한다느니, 고양이가 밤이면 어린 아이 울음소리를 내며 사람을 소름끼치게 한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그 역시 오해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사람을 잘 따르고 의리도 있는 동물인 것이다.


고양이가 쥐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쥐를 좋아하는 것이라기보다 움직이는 작은 물체를 좋아하는 것이다. 양말 뭉치나 작은 공을 가지고 고양이를 건드려보시라. 고양이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렇게 가지고 놀다가 물었는데 양말이나 고무공은 먹을 수 없고 쥐는 먹을 수 있으니 쥐를 먹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0^


내가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개의 이름을 외우듯이 고양이의 이름을 외우지는 못한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이것이 내 편애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아주기를 바란다. 이름을 잘 모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모든 고양이를 부를 때 그냥 “나비야”라고 부르기 때문임도 밝히는 바이다. 모든 고양이의 이름이 다 나비인 셈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비(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새끼였기에 우유부터 먹이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금씩 자라면서 일반 음식을 먹게 되었고 생선 뼈다귀는 나비의 독차지가 되었다. 나비는 언제부터인가 바깥출입을 자주 하였는데 나는 사춘기려니 하고 그냥 놔두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행동을 하며 지내는지도 자율에 붙였다.


이렇게 자신을 믿어주는 작은 주인(나)에 대한 고마움을 깨닫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비를 나를 참 잘 따랐다. 부르면 달려와 그르렁거리며 머리를 들이밀고는 했는데 목덜미나 귀를 만져주면 참 좋아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비는 우리 가족에게 확실하게 은혜를 갚았다. 자신이 힘들게 잡은 소중한 새끼 쥐 두 마리를 치사하게 혼자 먹어치우지 않고 나눠먹고자 했던 것이다.


일어나자마자 새끼 쥐 두 마리가 이불 위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고 있음을 본 가족들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의리 있게 그 좋은 음식을 나눠먹자고 한 고상한 행동에 감사하여 즉시로 고양이를 분가시켜 주었다. 우리 가족들 틈에서 셋방살이하던 고양이가 집 밖에 독채를 얻게 된 것에 대해 얼마나 고마워했는지는 아직까지도 알 수가 없다. 그냥 문 밖에서 우는 고양이 소리를 고맙단 인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