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22) 짚단 속에서 얼어 죽을 뻔 했네 / 안희환
며칠 전의 일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새벽예배가 6시에 시작이 된다. 교회의 연세 많으신 채수철 장로님이 5시가 조금 지나 교회에 오셔서 불을 다 켜 놓으시고, 나는 차를 몰고 5시 40분경에 도착을 한다. 그런데 교회에 도착하니 뒷자리에 여학생 세 명이 앉아있었다. 기도하는 척 하지만 대번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듯하면 고개 들고 두리번거리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기도하는 시늉을 하니 말이다.
나는 그 학생들에게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 “기도하는 척 안 해도 돼. 편하게 있어.” 그리고 아이들을 보니 추워서 덜덜 떨고 있었다. 한 명은 등이 푹 파인 옷을 입고 있어서 더욱 추워보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따라오라고 한 후 기도실에 보일러를 켜고 이불을 펴준 후 따듯하게 있으라고 했다. 밤을 새운 아이들은 곧 골아 떨어졌다. 동영이라는 교회의 청년 하나가 그들 곁에 김밥을 사다 놓았다.
그 아이들은 12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김밥을 먹은 아이들에게 비누를 주고 화장실에 가서 씻으라고 했다. 그리고 난 후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주절주절 왜 자신들이 가출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윽박지르지 않고 나무라지도 않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니 속 이야기도 다 털어놓았다. 후에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주었다.
사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따스하게 대한 것은 의무감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의 옛 모습을 보았고, 그러기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어릴 적 가출했던 내 모습이 세 명의 여학생들 모습에서 보였다고나 할까? 가뜩이나 노인이라도 된 듯 옛 생각에 빠져들곤 하는 내게 그들은 내 옛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해준 것이다.
한번은 겨울철이었는데 아버지와의 충돌 후 화가 많이 난 상태로 집을 뛰쳐나왔었다. (사실은 아버지가 무서워서 도망을 친 것이다.^0^) 내성적이라 그다지 친구관계가 활달하지 못했던 나는 밤중에 친구 집을 찾아갈 생각도 못한 채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다. 잠이 오기 시작하자 잠잘 곳을 찾아야 했는데 머리 위까지 쌓인 짚단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곧바로 작업을 벌였다. 짚단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곧 사람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만들어졌고 나는 그 속으로 기어들어간 후 밖에 있는 짚단을 잡아당겨 입구를 막아버렸다. 이제 밖에서는 짚단 안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짚단은 결코 담요가 아니었다. 한 겨울에 짚단으로 만들 동굴은 기가 막힌 냉방 효과를 발휘했는데 내 온 몸이 곧 얼기 시작했다.
바깥으로 다시 기어 나왔을 때는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겨우겨우 몸을 추스린 나는 맞아죽을 각오로 집에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집에 계시지 않았다. 엄마가 미리 깔아 놓고 기다리신 이불 속에 들어가 있으니 몸이 녹기 시작했는데 나는 온 몸이 따가워짐을 느꼈다. 지푸라기 조작들이 살 속에 파고들어간 것이다. 목욕 시절이 없는 집이라 따가움에 몸을 뒤척이다 잠의 무게에 짓눌려서야 잠이 들었다. 경우가 다르지만 그 아이들은 예전의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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