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판자촌생활

개에 물리고 기뻐하다 / 안희환

안희환2 2006. 3. 15. 22:18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17) 개에 물리고 기뻐하다 / 안희환 

 


 

나는 개를 참 좋아한다. 데리고 노는 것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한다. 나를 야만인이라고 욕할 사람은 욕하시라. 음식을 잘 먹는 것 가지고 욕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니까. ^0^ 특별히 서양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개고기 먹는 것을 야만인 취급하는데 그것은 교만한 문화우월주의에서 나오는 사고방식일 뿐이다. 개나 소나 무슨 차이가 그리 크단 말인가?


아무튼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개고기를 먹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고 개와 관련된 어린 시절의 추억이니 더 이상 시비를 걸지는 마시라. 개와 관련한 추억 중 특별히 개에 물린 사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보편적으로 개와 친하게 지냈기에 많이 물리지는 않았다. 딱 두 번 개에게 물렸고 그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첫 번째 기억은 어린 개, 즉 강아지와 관련한 것이다. 우리 집은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팬더와 래쉬라는 이름의 강아지였다. 집안의 장남인 내가 대표로 지어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두 놈들이 상대 외엔 의지할 대상도 없으면서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얼마나 으르렁거리고 싸우는지 모른다. 조그만 것들이 말이다.


한번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이놈들이 또 싸우고 있었다. 척 보니 성질들이 잔뜩 나 있었다. 평화주의자(?)인 나는 곧 중재의 사명을 느꼈고 전쟁 중인 두 강아지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런데 한 놈이 내 엄지손가락을 물었다. 강아지 이빨이 빠질 만큼 세게 말이다. 그때 파인 상처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날 팬던지 래쉰지 하는 녀석의 운명은 상상에 맞긴다. 개패듯이 팬다는 말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한 날이었다.


두 번째 기억은 신문을 돌리는 중에 발생한 일이다. 사람마다 특색이 다르듯이 집 모양도 다르고 키우는 짐승도 다르고 신문 값 지불하는 태도도 달랐다. 특별히 나는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런 개를 키우는 집 주인의 성격이 꼭 그와 비슷한 것을 알고는 놀랐었다. 그래서 지금도 개가 너무 시끄러우면 집주인을 의혹의 눈으로 본다.


한번은 그런 사나운 개를 키우는 집에 신문을 넣으러 갔는데 개가 달려와서 다리를 물어버렸다. 그 개의 100m 달리기는 칼 루이스를 능가하는 속도였다. 피하고 말고 할 여유도 없이 다리를 물린 나는 비명을 질렀고 주인이 뛰어나와 개를 붙잡았다. 다리에는서 피가 나고 있었으며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집 주인은 솜인지 휴지인지로 내 다리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걱정하면서 약을 사서 바르라며 1000원짜리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개에 한번 물리고 거금 1000원이 생긴 것이다. 당연히 나는 그 돈으로 약을 사서 바르지 않고 맛있는 것을 사먹었다.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부모님께는 개에 물린 사실을 비밀로 했다. 1000원의 자금을 지켜내기 위해서 말이다. 원래 성장에는 비밀이 있는 법 아닌가? 그 후로 그놈의 개가 또 한번 안 물어주나 하며 그 집을 기웃거린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온다. 광견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