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겪은 판자촌 생활(6) 개구리를 맞추는 자가 이긴다 / 안희환
어린 시절 우리가 만들어 가지고 놀던 장난감 가운데 조금 위험한 것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붕이다. 여러분들은 혹시 붕을 아는가? 우릴 때 어릴 때 부르던 명칭인데 제대로 사용하는 용어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또 누가 처음에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그냥 붕이라 불렀고 당연히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붕을 조금 설명하면 이렇다. 얇은 플라스틱 관을 공사 현상에서 줍는다. 수도 등에 연결되는 얇은 관이다. 그것을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그 다음에 얇고 반듯한 나뭇가지를 짧게 잘라서 그 끝에 바늘을 박는다. 반대편에는 비닐을 오려서 연결한 후 그것을 플라스틱 관에 넣고 입으로 힘껏 불면 바늘이 박힌 총알이 잘 날아간다.
우리는 그 붕을 가지고 개구리 사냥을 다녔었다. 논길을 헤매면서...사실 그것으로 움직이는 개구리를 잡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개구리를 잡는데 쓰이는 도구는 붕이 아니고 작대기였다. 개구리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작대기를 휘둘렀는데 대여섯번 휘두르면 그 중에 한번 가량은 개구리가 잡혀주었다. 쫘악 뻗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가지고 돌아와서 그 개구리를 나무로 된 벽에 매달아 놓았다. 잔인하게 죽어가는 개구리를 구경하려는 사악(?)한 뜻은 전혀 없었다. 다만 앞으로 해야 할 게임의 한 단계일 뿐이다. 그렇게 매달린 개구리 위에는 껌 한 개를 못박아 놓는다. 그리고는 다 같이 뒤로 물러나서 나란히 줄을 선다. 그리고 붕을 부는데 개구리를 맞추는 사람이 그 껌을 가지는 것이다. 명사수인 나는 종종 그 귀한 껌을 차지하였다.
한번은 붕을 가지고 놀다가 깜짝 놀랄만한 일을 겪었다. 힘껏 붕을 불었는데 그것이 그만 둘째 동생의 배에 꽂히고 만 것이다. 그때 줄어든 간이 아직도 회복이 덜 되었을 정도로 놀랐다(간이 조금 안 좋음). 기겁을 한 나는 동생의 배에서 바늘을 배면서 말했었다. "너 아버지한테 말하면 죽어". 다행히 협박이 먹혀서 동생은 침묵했고 난리날 뻔 했던 일은 어둠에 묻혔다.
감사하게도 붕을 맞은 동생의 배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그 일로 동생이 아프거나 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잠시 동안 붕에 손대지 않던 나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다시 붕을 들고 돌아다녔고 동생의 배를 맞췄던 사실은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위험한 일이었다. 파상풍에 걸리질 않았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또 눈이라도 맞았으면 어쩔 뻔 했는가?
지금에야 붕을 만들 일도 없고 붕이 있어도 그것을 가지고 놀 일도 없다. 개구리를 쏘아 맞춘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말이다. 그러나 붕에 대한 기억만큼은 내게 있어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멋진 추억의 단편이다. 그 단편을 잃어버리면 마치 한 조각을 잃어버린 퍼즐의 빈 공간처럼 인생의 빈 공간을 만들어낼 것 같은...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도 마음속으로는 붕을 불어대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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