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판자촌생활

안양천에 배를 띄우고 / 안희환

안희환2 2006. 3. 2. 17:12

어릴적 겪은 판자촌 생활(5) 안양천에 배를 띄우고 / 안희환


      


 

 

지금은 안양천이 세계적인 똥물이 되었다. 상류에 마구잡이로 세워진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와 무대포로 들어선 축사에서 쏟아져 나오는 짐승의 배설물이 안양천을 찐득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 물에 몸을 잠그면 피부병에 걸리기 딱 좋은 수준이다. 얼마 전부터 안양천을 깨끗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역부족이다. 물은 여전히 더럽다.


그러나 내가 어릴 적 안양천은 그런 데로 봐줄만했다.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들은 그물을 가지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잡으려 했는데 어디서 주워온 다 떨어진 그물망이라 그 사이로 물고기들이 빠져나갔지만 종종 머리 나쁜 물고기들이 우리의 기쁨조가 되기 위해 자수하여 광명 찾는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다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또한 안양천은 수영할 수 있는 물이었다. 수영복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는 우리들은 옷을 홀딱 벗고 수영을 하기도 했다. 나는 신체고조상의 문제인지 몸이 제대로 물에 뜨지를 않아서 손 짚고 헤엄치는 흉내를 내곤 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안양천에서 수영하는 법을 마스터하곤 했다. 아~ 그리워라 그때 그 시절.


그 안양천 주변의 고수부지를 무대로 뛰놀던 우리들(아이들) 눈에 종종 거대한 스치로플이 보였다. 어디에서 떠내려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스치로플이 물가에 닿으면 서로 달려가서 스치로플을 잡았다. 그리고 긴 나무 하나를 들고 스치로플에 올라탄다. 물은 수영할 때가 아니기에 옷을 다 입은 채로 말이다.


워낙 거칠에 노는데에 익숙한 우리들은 스치로플 위에서 긴 막대기를 든 채 칼싸움을 한다. 목적은 상대를 스치로플 위에서 떨어뜨리는 것이다. 떠다니는 스치로플 위에서의 칼싸움은 위험하기도 했다. 종종 스치로플은 깊은 곳으로도 떠내려갔기 때문이다. 그 때에는 몸을 숙이고 저 아래 쪽의 콘크리트로 만든 방파재(?)까지 간 후 방파재에 상륙하였다.


아무튼 우리의 전투는 주로 깊지 않은 곳에서 이루어졌으며 나무 막대기에 맞아 물에 빠진 아이는 그날 집에 가서 야단을 맞곤 하였다. 야단맞기 싫은 아이는 옷을 말리느라 애를 썼는데 옷은 말라도 묻은 흙 때문에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또 날이 선선한 날에는 추위에 덜덜 떨어야만 했다. 그래도 여간해선 감기 걸리지 않았으니 대단한 건강이었다.


지금은 좋은 수영장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스치로플이 아닌 튜브를 타고 노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내 아이들을 데리고 그런 곳에 가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세대 차이도 느끼고 시대 차이도 느낀다. 아직 많지 않은 나이에도 그런 것을 느끼는 나를 보며 연세 많으신 분들의 심경은 어떨까하고 헤아려지기도 한다.


스치로플 배. 한번 타보시라. 언제 한번 기회가 된다면 말이다. 어른들이야 옷 버려도 매 맞을 염려는 없지 않은가? 그것 꽤 괜찮은 추억이다. 얻어터진 기억까지 합친다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