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단들에게 설교하던 소년의 꿈(안희환 저)”을 읽고/ 이현수 시인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렇다고 마음까지야 얼릴 수 없으니 우리는 늘 좋은 사람을 만나 따뜻한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의 삶을 배우고 따라할 수 있기를 꿈꾼다. 어린 시절 불의의 교통사고로 왼팔을 잃은 예수비전교회 담임목사 안희환 시인이 이번에 낸 칼럼 모음집을 읽어 내리다 보면 지금 내가 꿈꾸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이상이 현실로 와있음을 느낄 수 있다.
“볏단들에게 설교하던 소년의 꿈” 제목부터 서민적이고 내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래왔지만 그리고 늘 느껴왔지만 저자는 겸손하고 배품이 몸에 베여있는 절제된 종교인이다. 그의 독서량은 과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그럴까? 당연히 한마디로 내용까지 알차다. 들어가는 글을 시작으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글이라는 세 분류의 장으로 구분되어 남녀노소 종교인 비종교인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에도 편하다. 책 속에 간간히 등장하는 그의 유년은 피난민의 삶을 방불케 하는 판자촌에서 자랐다고 했다. 척박하고 불우한 환경에서 작가의 정신만큼은 총명하고 건강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먼저 나왔던 “기적입니다 다 기적입니다”에서 저자는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사랑과 감사를 표현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특히나 가족의 정점에 서 계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눈물겨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안희환 목사가 가지고 있는 기억 속의 어머니는 솜이불처럼 따뜻한 존재로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위대한 성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가 읽은 모든 책방의 책은 어머니의 위대함과 헌신적인 사랑을 닮아 있는 게 아닐까? 가난 속에서도 아버지의 일탈 속에서도 책 속의 진리보다 더 교과서 적인 삶을 살아내시며 네 자녀를 훌륭히 키워내신 그 장한 어머니의 오늘은 가난은 벗어나셨지만 노쇠하시고 병을 가지신 늙고 주름진 평범한 우리 어머니이자 누구나의 어머니시겠지만 저자의 눈에는 그냥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의 삶이 어머니가 살아오신 그 길이 바로 성경이고 진리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척교회시절 그는 믿고 의지하던 집사님 한 분께서 큰 교회로 옮기시는 모습을 보고 순간의 배신감에 며칠을 울며 지내셨다고 했다. 사람은 사랑해야할 대상이지 의지해야할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배우신 덕분인지 지금의 그는 단련된 지난 시간들을 뒤로하고 대한민국 기독교를 이끌어 가시는 실력과 인기까지 갖추신 목사로 우뚝 서 있다. 그의 설교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애원은 물밀듯 밀려 최소 10개월 이후의 일정이라야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작가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이다. 작년 연말 나는 부산에 설교 차 내려오신 저자를 만났다. 계신 곳이 어딘지를 묻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나오지 않는 교회였다. 다시 전화로 확인하니 작은 교회라 아직 검색이 안될 거라 미안해하시며 묵고 계신 숙소 주소를 메세지로 건네주셨다. 가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거의 1년 전에 작은 교회에서도 설교를 해 주실 수 있으시냐고 어떤 분이 찾아 오셨기에 그때 ‘일정만 맞으면 갑니다, 예’ 라고 약속을 하셨기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도 4분이 있는 작은 교회, 그것도 부산까지 내려와서 설교를 하시는 중이라 하셨다. 그랬다. 안희환 작가는 목사이기 이전에 원칙을 지킬 줄 아는 그런 멋지고 우직한 사람이었고 남자다운 대인배 였다.
책 속에서도 그의 인간성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저자는 백악관의 초대를 받고도 전주와 제주열방대학의 강의가 먼저 잡혀있다는 이유로 일정이 겹쳐 이를 거절하였다고 했다. 하나님께 약속드린 바로 그는 규모와 영향력에 상관없이 먼저 결정된 순서에 따라 설교를 하고 강의 하는 것을 약속 하셨다고 한다. 누구나 그러하듯 미국 대통령의 초대라면 선약에 양해를 구하고 백악관에서의 설교를 우선시하려 했겠지만 안희환 목사는 달랐던 것이다. 그 약속과 기본을 철저히 지켜온 작가로서는 천하의 ‘오바마’라도 그의 선약에는 별 수 없었던 게다.
책은 비단 종교문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의리,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문제점도 지적해 내고 있다. 신천지의 문제, 통일교의 문제 그리고 동성애의 문제 등 이 사회가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용기 있게 쏟아내어 놓았다. 한 교회의 목사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며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로서 작가의 삶은 다방면에서 그 쓰임새와 필요로 하는 목적과 의미들이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중학생시절 논길을 걸으며 볏단들에게 설교하며 꿈을 키우던 소년의 꿈, 그 꿈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답을 알고 싶거든 이 책을 보라.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 불교 신자이다. 작가는 분명 나보다는 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희환 작가를 늘 믿고 있다. 나이를 떠나 그의 해박한 지식과 세상을 이끌어 가는 힘은 분명 나보다 몇 배 형이다. 그래서 내가 작가를 존경하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나면 작가 따라 하기를 꿈꾸는 독자들이 제법 있으리라 확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읽어야할 책, 지금 우리가 만나야할 사람, 용기를 낼 필요도 없이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아픔을 참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작가 안희환, 세상의 모든 아픔을 홀로 짐 지고 있는 자들이라 자부하는 그대들이 있다면 나는 이 책을 자신 있게 권하고 싶다. 아파 봤기에 그대들을 치유할 수가 있고 아파봤기에 그대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아파야할 우리지만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볏단들에게 설교하던 소년의 꿈’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겨울바람이 차갑게 부는 저녁, 오늘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지금의 내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계셔주기를 기도하고 계실 것 같은 작가의 심정으로 세상 모든 어머니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 담아 ‘어머니, 사랑 합니다’를 전하며 이 책을 어머니를 가진 이 땅의 모든 독자들에게 바치고 싶다.
이현수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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