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이 하는 설교는 영적 매춘 행위
김남준 목사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와 신학 석사(Th.M), 그리고 신학 박사(Th.D) 과정을 공부했고, 대신대학교 신학부와 기독대학교 신학부에서 9년 동안 전임 강사와 조교수로서 구약학과 설교학을 가르쳤다.
현재는 총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로 섬기고 있다. 새해를 맞아 김 목사를 통해 개혁주의 설교에 대해 듣기 위해 입원 중인 병실을 찾았다. 인터뷰는 안양 샘병원 입원실에서 시포커스/ 크리스천포커스 발행인 송삼용 목사가 진행했고, 정리는 양진우 특임기자가 맡았다.
* 우리 시대의 진정한 개혁신학은 무엇인가요?
한국교회 강단의 문제점들은 신학의 부재에서 나온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제시하기 위해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해 왔다』상·하권을 5년간 집필한 후 마지막 탈고 중이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개혁주의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 현장에서 설교하면서 깨달은 바이다. 목회 현장에서 설교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사실 지난 총신대학교 총장 선거 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총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개척한 교회를 버리고 가야 한다는 것이 부담돼 반갑지 않았다, 또한 총장 재임 4년간 공부를 못할 것 같아서 대학 총장은 매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대학 행정을 처리하며 빼앗기는 시간에 기도하고 성경 연구하는 것이 더 큰 보람이다. 총신대학교가 더 발전하려면, 대학 총장과 신대원 총장을 완전 분리해 신학교육은 신대원 총장에게 맡겨야 한다.
이처럼 가장 본질적인 목회를 추구하는 것이 개혁신학이다. 기독교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됐다. 그 신학이 확립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예수를 체계화 한 인물이 바울이다.
바울 이후 초대 교부들은 이레네우스, 테르툴리아누스,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이 바울 신학을 계승했고, 종교개혁 시대에 루터가 바울의 사상과 신학을 회복했다.
종교개혁 당시에 교회 개혁을 위해 헌신한 학자들은 울리히 츠빙글리, 필립 멜랑히톤, 하인리히 불링거, 볼프강 무스쿨루스, 피터 마터 버미글리, 안드레아스 히페리우스, 피에르 비레 등이다.
칼빈은 루터의 종교개혁을 어느정도 마무리하면서 개혁신학을 집대성했다. 그 무렵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을 계승한 학자들은 테오도르 베자, 자카리우스 우르시누스, 프란시스쿠스 유니우스, 윌리엄 퍼킨스, 아만두스 폴라누스, 윌리엄 에임즈, 프란시스쿠스 고마루스 등이다.
그후 개혁주의 신학을 발전시키는데 헌신한 정통주의 신학자들은 히스페르투스 푸치우스, 존 오웬, 프란시스 튜레틴, 페트루스 반 마스트리히트, 요한 하인리히 하이데거 등을 꼽을 수 있다.
근대에 이르러서 개혁주의를 계승한 신학자들은 찰스 핫지, 아키발트 알렉산더 핫지, 아브라함 카이퍼, 벤자민 브렉켄리지 워필드, 헤르만 바빙크 등을 말할 수 있다.
이들이 개혁주의의 흐름을 계승했고, 나는 개혁파 신학자들을 연구하고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개혁주의 신학을 정립시켰다. 그런 신학자들이 세워 놓은 개혁신학의 전통을 이어받아서 그런지 나는 보편교회와 개혁교회를 너무나 사랑한다.
과거 플라톤을 공부하면서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했고, 어거스틴을 공부하면서 신자가 된 것에 대해 감사했다.
* 현장 목회 중에서도 연구하는 목회자로 잘 알려졌는데 연구에 도움되는 자료센터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1995년도에 영국으로 유학 갈 기회도 있었다. 그때 누군가 월 30만 달러 씩 도와 줄테니까 유학을 다녀 오라고 제안하기도 했으나 유학을 가야 할 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교수 직에 대한 한계를 느꼈고, 청교도의 신학을 단순한 신학 공부만이 아니라 목회와 함께 신학을 연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목회하며 혼자 열심히 20여년간 공부해 왔다. 이제는 공부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꺼내 알려야 할 나이가 됐다.
목회 중에 교회 내에 연구자료센터를 설립했는데 목적은 개혁신학을 잘 계승하기 위함이었고, 이 땅의 교회들이 하나님의 말씀 위에 견고히 서도록 돕고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그 일을 위해서 연구팀을 구성해 자료를 수집하고 담임목사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도록 했다.
또한 원서 강독 스터디 모임을 하면서 학술 활동도 지원하고 있고, 개혁신학 학술정보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열린교회의 개혁신학에 입각한 설교를 녹취해 원고 작업 후 책자로 만들어 내는 출판팀을 조직해 말씀과 신학 연구물들을 보급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들은 내부 및 외부 출판업무로 나뉘어 사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도들을 성경과 개혁신앙으로 양육하고 있다. 또한 목회훈련 사역으로써 신학생과 국내 목회자들을 초청해 매주 월요일마다 세미나를 통해 훈련시키는 사역을 하고 있다.
또 개혁신학을 따르는 보편교회와 협력하면서 국제적 신학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연구자료센터를 중심으로 말씀 중심 사역을 하는 이유는 주님은 진리와 성령으로 인하셔서 교회를 하나되도록 하시기 때문이다.
* 열린교회 소장 도서에 대해 소개해 주십시오.
아우구스티누스, 칼빈, 오웬, 에드워즈 등을 비롯한 개혁파 신학자들의 저서들과 관련 도서들을 수 만권 수집했다. 수년 전에 예일 출판사에서 발간한 에드워즈 책을 탐독하다가 매료된 적이 있다.
에드워즈의 철학적 신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해석에 감동 받았다. 그래서 에드워즈에게 신학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서 소장을 하기 시작한 계기가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의 설교를 수집하면서부터이다.
예전에 예일대학교로 가서 에드워즈 자료들을 접하게 된 이후 자료 수집과 출판에 힘쓰게 됐다. 에드워즈를 연구하면서 보수적이며 개혁주의 라인에 선 세계 각국의 신학자들과 연대해 왔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외국 학자들까지 “에드워즈의 대중화에 힘쓴 인물이 김남준”이라는 말을 여러번 듣기도 했다.
매년 봄과 가을에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해 개혁파 신학세미나를 개최하고 신학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리폼드신학교 등과 연대해 신학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여러 나라 목회자도 초청하고 있다. 이들 참가자들은 “돌아가서 성도들에게 분명한 개혁신학 교리 교육을 시키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해외 선교에도 힘써 동아시아 신학교를 설립해 한국 저명 교수들을 동아시아 신학교로 보내 교육을 하도록 연결시키고 있다. 열린교회 신학화 작업 후 중국어로도 번역해 보급 하고 있다. 이러한 신학화 작업이 내 설교 방송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최근 설교 한편 당 4∼5만명이 청취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나아가 에드워즈 자료들을 수집하다가 신학 전문 도서관을 세우게 됐는데, 열린교회 신학전문 도서관에 에드워즈 관련 1천권의 단행본을 소장할 정도다. 책을 너무 사랑해 지난 2010년의 경우 월 2천만 원 가량의 책을 구입한 적도 있다.
이제는 55,000여권을 소장하게 됐는데, 복사판은 아예 없다. 이 도서 중 80%가 외국어 원서들이다. 이러한 신학화 작업은 교회 개척 초기에는 구체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교회가 점점 부흥하면서 체계적으로 실현 되어갔다.
* 개혁주의 설교론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개혁주의 설교론은 중세 로마 카톨릭이 지배할 때, 반기를 든 사람들의 설교 견해를 의미한다. 이 종교개혁 이후 많은 분파가 생겼는데, 로마 카톨릭에 반대하는 모든 신학을 개혁신학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후 교리에 어긋나는 교회들이 발생하기 시작해 16∼17세기로 접어들면서 제네바 아카데미의 가르침에 따르는 학파들을 개혁주의라고 말하게 됐다.
그러다가 정통적인 신앙을 찾아 추적하게 되면서 바른 해석을 추구하게 됐다. 그 시대에 맞게 참된 기독교신앙 찾아 가는 것이 개혁주의 설교다.
그 내용으로는 하나님 주권, 성경, 문화변혁 사고, 그리스도 속죄 충족성, 그리스도 교회 거룩성과 사도성 등등의 보편성을 믿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혁주의를 형성해 소위 `TULIP'이라 부르는 칼빈주의 5대 교리, `SOLA' 사상들이 등장하면서 설교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개혁주의 설교는 사람이 하나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하나님에 대해서 말해도 사람에게 유익을 준다고 믿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를 통해서 펼쳐진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다. 구속은 모두 성자를 통해서 이뤄진다. 창조와 계시도 성자를 통해서 이뤄진다.
헤르만 바빙크는 학문의 존재 가능성도 성자께서 로고스로 계셔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펼쳐진 구원 사역을 말해 하나님의 위대성을 선포하는 것이 설교다.
그런 하나님의 속성에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 설교요, 죄된 삶을 버리고 하나님을 주인으로 삼게 하는 것이 설교다. 온 세계에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 설교요, 온 세계 모든 분야가 하나님 나라가 되도록 설교하는 것이 개혁주의 설교다.
* 현대 사회에서 개혁주의 설교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현대의 문제점은 탈신학적 현상이다. 이는 신학을 빼는 현상이다. 첫째로 탈신학화 현상은 신앙생활을 잘 하지 않는데서 나오는 것이다.
신학은 신학교에서 이수하는 것 뿐 아니라 신앙생활 속에서 체화되는 되어야 하고, 이는 교회에서 일어나야 한다. 개혁자들도 같은 주장들이지만, 특히 보에투스는 “경건이 지식과 결혼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탈신학화의 두 번째 원인은 절대적 신학교육의 부재다. 신학이라는 미명 하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목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이고 주축이 되어야 하는 과목이 외곽으로 밀려 나고 있다. 즉 조직신학과 교의에 대한 신학이 미천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역사신학 공부도 박약하다. 그러다 보니까 목회자들의 통일된 지식 역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신학이 있는 설교를 하지 못해 탈 신학화 하는 것이다. 이제는 먹고 살려고 신학 공부하는 생존 지식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모든 목회자가 신학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현대사회가 규범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학은 규범이다. 어거스틴이 고백록에서 “하나님이 법을 만드시면 그 하나님의 법은 세상이 싫어해도 그대로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하나님의 법은 언제나 그대로 있다. 이미 규정된 하나님의 법이 있는 것을 가르치면 된다.
그런데 모더니즘은 신앙이 쌓아 올린 것을 무너뜨리고 이성을 쌓아 올린 것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마저도 무너뜨려 각자 자기 나름대로 철학을 갖게 돼 절대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
* 신학이 있는 목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학적이지 않은 설교는 설교가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한 일을 드러내 자신이 얼마나 미천한지를 알게 하고 믿게 만드는 것이 설교다. 이미 믿고 있는 기존 성도들에게는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면서 더 잘 믿어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설교다.
개혁주의 설교의 뚜렷한 축은 하나님과 성경, 그리고 성경을 쓰게 한 성령이다. 깨닫게 하는 성령, 말씀 순종케 하는 성령을 의지해야 한다.
설교의 목적은 성경을 준 목적을 계승하는 것이다. 딤후 3장에 기록되어 있듯이 성경의 목적은 불신자를 구원에 이르도록 하고, 신자는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목적을 설교자들이 계승하는 것이다. 그 정신을 유지해 성경에 대해 고민하던 성도들이 답을 찾게 만들어 주었더니 부흥하더라.
목회자가 설교를 준비하지 않고 설교하는 행위는 매춘행위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주일 내 공부하고, 설교를 준비하고 있다. 그 설교에 성령의 강력한 역사가 일어나면 사람이 변화된다고 믿는다.
언젠가 한 불신 교수가 교회에 찾아와서 몇 차례 설교를 듣고 눈물을 흘리며 변회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국내외 신학자들 및 일반 성도들로부터 “김 목사의 설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듣기도 한다.
지난 23년 동안 성경과 신학을 알기 위해 정말 쉼 없이 열심히 공부했다. 목회자들이 쉬는 월요일에 공부하러 나오지 않은 적이 없다.
성경, 조직신학, 역사신학, 일반역사, 철학, 자연과학, 법학 모두를 공부하면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이 성경에 빛나지만 모든 학문과 예술에도 다 묻어 있는 것을 느꼈다.
온 세계에 흩어진 하나님의 파편들을 목격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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