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관련 자료

아들 선호 약해지자… 한국 출생性比 세계 2위(2003년 110명)→19위(2011년 106명)

안희환2 2012. 3. 7. 16:38

아들 선호 약해지자… 한국 출생性比 세계 2위(2003년 110명)→19위(2011년 106명)

  •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 입력 : 2012.03.06 04:31 | 수정 : 2012.03.06 07:43

    김동섭 복지 전문기자의 심층 리포트
    여성들의 사회참여 늘면서 독자적인 출산 결정권 가져… 태아 성감별 금지도 한몫

    지난 1985년에 결혼해 이듬해 첫딸을 낳은 이모(54)씨는 시어머니의 아들 타령 노이로제에 걸렸다. 이씨는 아들 낳는 데 효험이 있다는 약품을 구입해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아들바위에 가서 빌고, 아들 낳는 비법을 가졌다는 산부인과를 찾아가 '합방'날까지 받았다. 그러나 산부인과에서 불법이기는 하지만 양수검사를 받으니 딸이라고 했다. 그렇게 두 번 연거푸 딸을 지운 뒤 3년 만에 아들을 겨우 얻을 수 있었다. 아들 낳기 위해 양수 검사, 초음파 검사로 임신중절수술까지 받던 아낙네들의 고생은 이제 옛말이 됐다.

    남아(男兒) 선호로 극심한 성비(性比·여자 100명당 남자 수) 불균형을 이뤘던 한국인의 출생 성비가 정상 성비(105~107명)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IA World Factbooks에 따르면 한국인 출생 성비는 2003년 110명으로 괌(114명)에 이어 세계 2위였으나 작년에는 세계 19위(106명)를 기록했다. 작년 출생 성비는 중국(113.3명)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아르메니아(112.4명), 인디아(112명), 알바니아(111.8명), 베트남(111.7명) 순이었다. 우리처럼 초음파진단기 보급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성비 균형이 깨진 중국은 우리와 달리 여태껏 출생 성비가 치솟고 있다. 남아 선호가 심해 딸을 낳으면 살해하거나 성 전환 수술까지 할 정도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인구학자들은 "한국은 어떻게 남아 선호를 극복했느냐"며 놀라워한다.

    ◇17년 만에 고개 숙인 남아 선호

    우리나라에서 남아 선호 의식이 약화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합적 요인을 꼽는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참여가 늘어나면서 여성 차별이 약해진 것이 중요한 요인이다.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이 1981년 28.4%에서 2005년 80.8%로 높아졌고, 취업이 늘면서 임금도 같은 기간 남성의 44%에서 66% 수준으로 올랐다.

    가정 내 여성 지위가 높아져 여성들의 발언권이 커진 것도 큰 요인으로 꼽는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여성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시어머니와 연령 차이가 작아진 데다 교육 수준도 훨씬 높아졌고,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벌게 돼 출산 결정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태아 성 감별 단속도 한몫했다. 정부는 1980년대 초반 여성들의 건강 검진용 초음파진단기 등이 도입되면서 무분별한 태아 감별이 성행하자 1987년 태아 성감별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의사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어 1998년에는 성 감별한 산부인과 의사 4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여성 지위 변화보다 아이를 적게 낳으려고 하는 욕구가 더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들 골라 낳기보다 자녀를 무조건 한 명만 낳겠다는 의식이 퍼진 것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실제 출산력 조사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남아 선호 의식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는 의식은 16.2%(2000년)→ 14.1%(2003년)→ 10.2%(2006년)→ 8.9%(2009년)로 계속 떨어졌다.

    ◇아들 선호는 '대(代)를 잇는다는 심리적 만족 효과'에 그쳐

    홍보회사에 다니는 이모(36)씨는 딸 하나만 낳고 단산을 했다. 이씨는 "남편이 장남이어서 시댁에서는 아들을 낳으라고 말했지만 요즘엔 딸이 더 유능하고 부모님도 잘 모시지 않느냐며 거절했다"며 "굳이 아들이 있을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딸만 두 명인 전업주부 김모(36)씨는 "아들 욕심도 있지만 남편이 오히려 딸이 예쁘고 말동무가 된다고 좋아한다"며 "시부모님들도 아들 낳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실장은 "예전에는 아들을 키워 노후를 보장받거나 제사 지내줄 것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대를 잇는다는 심리적 만족감밖에 없다"며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아들 선호 의식이 한층 옅어졌다"고 말했다.

    ☞ 출생 성비(性比)

    여자 100명 당 남자 수. 남자가 105~107명이 태어나면 ‘정상 성비’로 간주하고, 110명이 넘으면 남여 비율 격차가 심해 결혼할 때 짝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