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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로마에 갔었습니다 - 김기혁

안희환2 2009. 9. 25. 17:47

아들이 로마에 갔었습니다 - 김기혁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를 버리고 떠난 불효자 기혁 입니다. 지긋지긋한 이 땅에서는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함께 가자는 이아들의 눈물어린 호소에 “나는 김정일 장군님을 배신 할 수 없다” 고 갈 테면 너 혼자 가라고 무정하게 말씀하신 아버지.

떠나는 아들에게 “네가 내 아들이기 때문에 보위부에는 고발하지 않겠다. 대신 어디에 가든 조국을 욕되게 하는 짓은 하지 말라” 고 당부하신 아버지.

꿈에도 보고 싶고 잠결에도 부르고 싶은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께서 그렇게 당부하셨지만 이 아들은 지금 아버지께서 그렇게 부정하지 않으려 하시는 조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전초선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께서 그렇게 굳게 믿으시는 그 조국이 나의 조국도 아버지의 조국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아들은 일류 디자이너의 꿈도 다 접고 배고픈 북한민주화의 길을 갑니다. 이 길이 아버지를 지옥 같은 땅에서 구해내는 길이고 사랑하는 아버지 품에 국평이를 안겨주는 길이라는 것을 굳게 믿기에 아들은 이 길을 갑니다.


이번에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제4차 북한인권 국제 대회가 열렸습니다. 아버지의 아들도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아버지께서 평생을 바쳐 충성하신 그 조국, 세상 사람들은 그 조국을 지옥의 땅이라 부릅니다. 악의축이라고 하고 폭정의 전초 기지라고도 합니다.

아버지는 국평이가 태어날 때 제발 나라를 평안하게 해달라는 의미에서 손자의 이름을 국평이라 지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목격하신 수백만의 죽음, 아버지께서는 아직도 그것이 자연재해와 미국놈 때문이라고 생각 하시죠.

하지만 제가 세상밖에 나와 그 땅을 들여다보니 수백만의 죽음은 자연재해도, 미국놈 때문도 아닌 아버지가 그렇듯 존경하고 충성하는 김정일 장군이 저지른 죄악이었습니다. 아버지가 30여년을 땅속에서 햍볓한점 못보시고 캔 금덩이로 김정일 장군은 김일성의 시신궁전을 꾸렸고 충과 효를 부르짖습니다.

아버지의 폐가 문드러지도록 캐고 또 캐낸 금덩이로 김정일 장군은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앓고 있는 귀폐병에 쓰일 항생제를 살 생각은 않고 김정일 장군은 핵무기만 만들고 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나 저나 아니 전체 북한인민이 속았습니다. 김정일 장군은 21세기 위대한 태양도 영명한 지도자도 아닙니다. 그는 미친 독재자에 불과 합니다. 이 아들이 아버지 곁을 떠난지 어언 8년의 세월이 지나갑니다.

그 긴 세월 더욱 야위었을 아버지의 모습, 귀폐병에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아들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집니다. 하지만 아버지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그리고 꼭 살아서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서 남한의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고 국제 사회가 여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로마 대회에서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 독재정권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규탄하고 북한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우리들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냈습니다.

로마에 가서 이 아들은 자유가 얼마나 귀중한지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 깊이 느꼈습니다. 제가 가본 유럽은 이제 더 이상 국경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제나라 땅에서도 마음대로 다닐 수 없게 만든 김정일은 정말로 악의 축이 분명합니다.

아버지, 로마대회에 참가한 우리들에게 남한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남한의 친북좌파 세력들을 규탄하며 한 동지가 자해를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동지는 아버지께서도 잘 아시는 김책공업대학을 졸업한 재원입니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독재자 김정일과 그와 야합한 친북좌파 세력에 대한 끓어오르는 증오심과 반드시 이겨서 승리하리라는 굳은 결심을 안고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오는 도중에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체코공항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체코공항에서 아들은 다시 한 번 독재는 반드시 타도해야 한다는 것이 진리이고 정의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사회주의독재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선택한 체코는 경제성장률이 연 10%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신심과 활기에 넘쳐 있었습니다.

언제면 북한도 그런 날이 오려는지. 아들이 가는 길이 그날을 앞당기는 길임을 아버지, 믿어주십시오.

독재가 없는 세상, 증오가 없는 세상, 굶주림도, 추위도 없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아버지 민주의 새날이 올 때 까지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살아계십시오.

아버지를 사랑하는 기혁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