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판자촌생활

쥐포를 매달게 한 선생님/안희환

안희환2 2007. 6. 14. 09:47

쥐포를 매달게 한 선생님/안희환

쥐포.jpg

 

이재수 선생님은 공부를 시키는 데 있어서는 대단한 열심을 가지고 있었다. 영어를 담당한 교사로서 매주 공부할 수 있는 자료를 복사해 왔으며 최선을 다해 영어를 가르치려 했다. 문제는 수업 시간이 너무 공포스러웠다는 점이었다. 문제를 내고는 대답을 못할 경우 무조건 얻어맞아야 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영어 시간이 되면 긴장을 해야 했다. 정말 영어 시간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의 적막감이 감돌았는데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극과 극으로 치달았다. 겁을 너무 먹은 나머지 영어 공부라면 치를 떨던 나머지 영어공부하기를 아예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겼으며, 반대로 이재수 선생님의 지도를 따라가면서 실력이 부쩍부쩍 오르는 학생들도 생겼다.


이재수 선생님은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차별하였다. 공부를 잘 따라오는 학생들에게는 무척 관대한 태도를 보이셨다. 그다지 혼내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공부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경우 그 대가는 혹독할 정도였다. 얻어맞는 것은 기본에다가 인격적인 모독까지 당해야만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확실히 이재수 선생님은 정서적으로 문제가 많은 분이었다.


인격적인 모독 하면 떠오르는 아픈 추억이 있다. 내가 겪은 것은 아니었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성적이 최상위였다. 전교 1등을 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중학교 때 이재수 선생님이 복사해서 나눠준 영어공부 유인물을 다 소화한 덕에 대학교,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영어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을 정도이니까. 문법서 하나 떼지 않고도 고3학생들 성문종합영어로 과외를 시켜줄 정도였으니까.(잘난 척 한 듯해서 죄송)


문제는 내 동생이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생은 이재수 선생님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했던 것이다. 당시 동생의 성적은 중간을 웃도는 정도의 실력이었는데 그것이 마음에 안 든 이재수 선생님은 동생에게 상처 주는 말을 던지고 말았다. “야 네 형은 개천에서 용 났는데 너는 개천의 미꾸라지 새끼야.”


나는 이재수 선생님이 동생에게 그런 끔찍한 말을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세월이 지난 후에 동생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그러니 당시에 직접 그런 말을 들은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아픔이 되는 말이었을까? 그때부터였다고 한다. 동생이 공부에 더 흥미를 잃게 된 것이 말이다. 내 책임도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마음이 아파온다.


성적과 관련해 이재수 선생님의 엽기적인 행각 하나를 더 말하려고 한다. 이선생님은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모욕을 주는 방법을 연구해냈는데 그 중 하나가 성적에 따라 명찰 대신 다른 사물을 매달게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60점일 때 쥐포를 매달게 하고 50점일 때 빵을 매달게 한다든지(무엇을 매달게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는 행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수치감을 안겨준 것이다.


빵이나 쥐포, 그 외의 다른 물건들을 명찰 대신 달고 수업을 받던 아이들의 기분은 정말 더러웠을 것이다. 그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가? 어쩌면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재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동생에게 꺼냈을 때 동생의 입에서 대뜸 “그 사람은 미친놈이야”라는 거친 말이 나왔는데 아마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동일한 말이 나올 것 같다.


만약 요즘 같은 시기에 그런 타입의 선생님이 있다면 어떤 모습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함부로 아이들을 때리거나 모욕을 가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는 요즘, 아니 아이들 스스로가 그런 행동을 용납할 리가 없는 요즘, 그런 정신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 있다면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지 못해 오히려 스스로가 병이 날지도 모르겠다. 단언컨대 그런 선생님들은 교단에서 축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