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판자촌생활

변태에다 사이코인 선생님(1)/ 안희환

안희환2 2007. 5. 29. 10:16

변태에다 사이코인 선생님(1)/ 안희환

어릴 적 겪은 판자촌 생활(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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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순 선생님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 분이라면 그 반대에 계시던 선생님도 있다. 워낙 그 모습이 특이하고 강렬해서 평생 가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분이다. 이재수 선생님(한 글자만 바꿨음)이신데 키가 작으시고 한 쪽 다리를 저시던 분이었으며 살이 찌셔서 덩치가 있어 보이시던 선생님이다.


이재수 선생님은 담임선생님이 아니었다. 영어 담당 선생님이셨는데 내 기억으로 실력은 있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선생님이 정서적인 면에서 문제가 많은 분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재수 선생님은 절대로 선생님이 돼서는 안 될 인격의 소유자인데 변태에다가 사이코 기질이 다분했던 분이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몇 차례에 걸쳐서 그 엽기적인 행각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이재수 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체벌이다. 이선생님은 절대로 회초리나 마포걸레 자루 등을 사용하신 적이 없다. 그분의 주무기는 주먹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가 가능한 무기 말이다. 주먹을 활용하는 요령은 간단하다. 학생들의 입에 바람을 집어넣게 한 후 툭 튀어나온 뺨을 반쯤 쥔 주먹으로 때리는 것이다. 가차없이 때리는데 정말 무식한 짓이었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들이 볼을 얻어맞는 순간 그 입에서 뻥 하는 소리가 크게 나야 한다. 소리가 제대로 안 나면 다시 볼에 바람을 집어넣고 기다려야 한다. 그 순간이 얼마나 불안하고 두려웠을까? 다시 날아오는 주먹에 어떻게든 소리를 내고 싶어 하지만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리가 잘 안 나는 학생들의 경우 여러 차례 얻어맞아야 했다.


휴대폰은 이럴 때 써야 한다. 꾸중을 듣거나 회초리로 조금 맞았다고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하는 지금의 풍토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격을 모독하거나 정도가 심한 체벌의 경우가 아니라면 선생님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회초리를 들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정당한 회초리라면 나는 내 아이들이 맞는다 해도 그것으로 난리를 피우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선생님의 권위를 너무 무시하는 것만 같아서 씁쓸하기도 하다.


아무튼 우리 때는 체벌을 당했다고 해서 휴대폰으로 경찰에 선생님을 신고하는 일은 없었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때의 우리들에게는 선생님의 존재가 상당한 권위의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싸움하러 다니고 담배를 피우며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학생들조차 선생님에게는 눈을 부라리거나 대들지 못하던 때였으니 지금과는 너무 차이가 난다.


이재수 선생님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몇 차례에 걸쳐 그분의 행동을 적어볼 것인데 내용을 읽어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발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많이 지난 시점이기에 그 선생님의 연세가 무척 많으시든지 돌아가셨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혹시라도 살아 계시다면 그 많은 연세에 내 글로 인해 혹시 피해를 입을까 마음이 쓰여서 이름을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았다.


이름을 정 알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남 몰래 살짝 물어보시기 바란다. 이야기를 나눠본 후 입이 결단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 이후에 이선생님의 실명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그러나 그 정확한 이름을 알아서 뭐 하겠는가? 그냥 모르는 것이 약이려니 생각하고 이 놀라운 선생님의 행동에만 집중하면 좋을 것이다.